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6.29 10:19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가 “화이트 파워(White Power)”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리트윗했다가 약 3시간 만에 지웠다. 백인 우월주의로 해석될 수 있는 구호를 리트윗한 데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게시물을 삭제한 것이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인 28일(현지시간) 오전 8시께 자신의 지지자들이 나오는 영상을 리트윗하고 "빌리지스의 위대한 주민들에게 감사한다"고 적었다.

영상엔 플로리다주 빌리지스에서 골프 카트를 타고 일종의 퍼레이드를 벌이던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대치하는 장면이 들어 있는데 카트에 탄 한 백인 남성이 "화이트 파워!"라고 두 차례 외친다. ’화이트 파워’란 백인의 권력을 뜻하는 것으로, 백인우월주의 단체의 시위에 자주 등장하는 구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리트윗한 것은 그가 백인우월주의의 편을 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빌리지스는 플로리다주의 대표적 은퇴촌으로, 백인 공화당 지지자가 많아 공화당 인사들의 단골 행사장소다.

곧바로 비판이 제기됐다.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은 이날 오전 CNN방송에 출연해 "의문의 여지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트윗하지 말았어야 했다. 영상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서 오전 11시께 리트윗한 영상이 사라졌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구호'를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저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화이트 파워 등의 구호를 듣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본 것은 지지자들의 놀라운 열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상을 실제로 보고 리트윗을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화이트 파워'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올렸다가 파장을 우려해 삭제했을 수도 있고, 영상을 보지 않은 채로 리트윗했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트윗을 하며 '위대한 주민들'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3년 전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했던 말을 상기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반대 시위대와 충돌해 유혈사태가 빚어지자 백인우월주의를 편들어준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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