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6.29 15:47

육종민 KAIST 교수 연구팀

그래핀 액상 셀을 이용한 세포 관찰 방법에 대한 모식도와 이를 이용해서 관찰한 살아있는 세포의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지 [KAIST]
그래핀 액상 셀을 이용해 살아 있는 세포를 관찰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관찰한 세포의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지 (사진제공=KAIST)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전자현미경으로 살아있는 세포를 실시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분자 단위의 고화질 실시간 관찰이 가능해짐에 따라 감염병 예방·신약 개발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육종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한영기 경북대 ITA 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환은 나노미터(nm) 크기의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질병이다. 신약 개발이나 예방은 바이러스의 미시적 행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러스와 세포, 각 세포를 이루는 기관들은 크기가 매우 작아 기존의 일반 광학현미경으로는 관찰이 어렵다.

높은 에너지와 해상도를 가진 전자현미경을 통해 확인해야만 한다.

전자현미경 기술을 사용하려면 살아있는 세포를 박편 형태로 가공하거나, 손상되기 쉬운 부분을 금속 등의 물질로 대체해야만 한다. 세포가 살아있는 상태가 아닌 가공된 상태에서만 관찰이 가능한 셈이다.

물과 살아있는 세포의 생체물질이 높은 에너지의 전자와 반응할 경우 공격성이 높은 ‘활성 라디칼’이 형성된다. 이 라디칼이 축적되면 세포막이나 세포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질이 손상돼 세포가 사망한다.

연구팀은 지난 2012년 개발한 ‘그래핀 액상 셀 전자현미경’ 기술을 응용했다.

이 기술은 전자현미경 등의 내부에 액체·기체처럼 쉽게 손실되는 물질을 봉입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그래핀으로 만든 엷은 막을 이용해 세포와 액체를 함께 감쌌다. 흑연에서 분리해 얻어내는 원자막인 ‘그래핀’은 강철보다 강도가 200배 강할 뿐 아니라 전기 전도성이 높고, 물질을 투과시키지 않는 성질이 있다.

그 결과 전자현미경 내부가 높은 진공상태였음에도 물이 빠지면서 발생하는 세포의 구조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핀이 현미경의 전자빔때문에 공격성이 높아진 활성 산소들을 분해하는 효과도 갖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신약 개발 등에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육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세포보다 더 작은 단백질·DNA의 실시간 전자현미경 관찰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다양한 생명 현상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구건모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 6월 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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