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7.04 00:10

농심·롯데·카카오 등 속속 참여…젊은 층·세계시장 공략 노려

LCK가 펼쳐지는 서울 롤파크 아레나 전경. (사진제공=라이엇 게임즈)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펼쳐지는 서울 롤파크 아레나 전경. (사진제공=라이엇 게임즈)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e스포츠 시장에 기업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농심, 한국야쿠르트, BMW, 카카오, 롯데제과 등 국내외 기업들이 연달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소속 e스포츠 구단들을 지원하고 나섰다. 

LCK의 프랜차이즈 선언이 국내 e스포츠 판 키우기에 불을 붙였다. 

롤 e스포츠를 운영하는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4월 "프랜차이즈 제도 전환을 통해 리그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소속 팀들과 나누겠다"고 발표했다.

프랜차이즈 제도는 리그 운영사와 참여 구단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리그 관련 의사결정을 함께 내리고 운영 수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제도 도입 후에는 리그 활성화가 곧바로 각 구단의 수익 증대로 이어지게 된다. 

더불어 성적에 따른 승강제가 없어지면서 안정감도 높아진다. 그간 e스포츠 팀들은 하부 리그로 떨어질 위험에 각종 투자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 CJ는 운영하던 롤 e스포츠 팀이 하부 리그로 떨어져 올라오지 못하자 지원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처럼 파이는 커지고 불안정성이 줄어들자 투자가 이어졌다. 참가 가입금만 해도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SK텔레콤, KT, 한화생명, 농심 등의 지원을 받는 구단들을 포함, 총 21개 팀이 최종적으로 프랜차이즈에 지원했다. 라이엇은 심사를 통해 최종 프랜차이즈 참가 팀을 선정한다.

롤 e스포츠는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e스포츠 리그 중 하나로 유명하다. 후원하는 팀이 프랜차이즈에 합류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여타 스포츠 마케팅처럼 기업의 이름과 이미지를 전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e스포츠 마케팅의 주 타깃은 '글로벌 시장'과 '젊은 세대'다.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는 "LCK는 하루 평균 약 463만 명의 순 시청자가 지켜보는 e스포츠 리그다. 이 가운데 해외 시청자가 절반을 넘을 정도로 글로벌 프리미엄 스포츠 콘텐츠로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라며 "주요 롤 e스포츠 리그 중 마지막 남은 프랜차이즈 지역이라는 점도 LCK에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기업들, 프랜차이즈 선언한 LCK로 질주

농심은 6월 18일 올해 LCK에 합류한 e스포츠 구단 '팀 다이나믹스'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팀 다이나믹스의 LCK 프랜차이즈 참여 확정이 인수 전제다. 오는 9월 말 팀 다이나믹스의 프랜차이즈 가입이 정해지면 농심이 리그 가입비와 운영비를 내는 방식이다. 인수가 진행된다면 농심이 팀 다이나믹스에 투자할 금액은 가입비 등을 고려해 1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한국야쿠르트도 2부리그 격인 챌린저스 코리아 팀 '브리온 블레이드'와 네이밍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이에 브리온 블레이드는 팀명을 '하이프레시 블레이드'로 바꿨다. 이번 협약 역시 브리온의 프랜차이즈 참여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질 예정이다. 한국야쿠르트는 브리온이 프랜차이즈에 합류한다면 3년간 장기 파트너십을 이어갈 계획이다. 

SK텔레콤의 e스포츠 구단 T1 롤팀 선수들이 BMW 차량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T1) 

프랜차이즈를 바라본 투자뿐 아니라 LCK 팀을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특히 e스포츠 슈퍼스타 '페이커' 이상혁이 있는 SK텔레콤의 e스포츠 전문 기업 T1은 이슈의 중심이다.

T1 롤 e스포츠 선수들이 출연한 컴퓨터 메모리 브랜드 '클레브'의 광고 영상은 3일 기준 유튜브 조회 수 300만을 넘어섰다. '페이커' 이상혁과 '테디' 박진성을 비롯한 선수들이 "불 좀 꺼줄래? 내 램 좀 보게" 등 독특한 대사와 연기를 하는 모습이 큰 인기를 얻었다. 누리꾼들은 "이번년도 최고의 광고가 아닐까?", "램 파는 것보다 유튜브 수익이 더 나겠다" 등 댓글을 달며 호응을 보냈다. 관련 패러디 영상도 쏟아지는 중이다. 

이외에도 BMW, 나이키, 삼성전자 등 국내외 대표 기업 10개 이상이 T1을 후원한다. 옌스 티머 BMW 부사장은 지난 4월 T1과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e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은 BMW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LCK 상위권 팀 DRX를 후원한다. DRX 선수들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을 유니폼에 달고 나오는데 이어 콜라보 콘텐츠 제작도 이어갈 계획이다. DRX는 맥라렌, 레드불 등 해외 기업의 후원도 받고 있다. LCK 인기 팀인 젠지 e스포츠는 올해 삼성전자, 푸마 등과 공식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진행 중인 LCK 서머 스플릿의 공식 후원사는 우리은행, SK텔레콤, 롯데제과, 로지텍, 시디즈, 틱톡 등이다. 롯데제과와 틱톡은 이번 시즌부터 공식 후원사로 참가했다. 특히 롯데제과는 '페이커' 이상혁을 자사 대표 제품인 월드콘 홍보 모델로 선정하는 등 e스포츠 접점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는 파트너사들이 광고를 하고자 하는 대표 매체로 자리 잡았다"며 "e스포츠 선수와 구단이 팬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 '글로벌 시장, 젊은 층' 공략이 e스포츠 마케팅 핵심

기업들이 e스포츠 진출로 노리는 것은 분명하다. '해외 시장'과 '젊은 층' 공략이다. 

지난봄 2020 LCK 스프링의 평균 순 시청자 수는 463만여 명이다. 특히 T1과 젠지 e스포츠의 결승전은 최고 동시 시청자 수 215만여 명을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보였다. 일 평균 최고 동시 시청자 수는 82만 명인데 이 가운데 약 62%인 51만여 명이 해외시청자다. 또 LCK 중계는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TV, 네이버TV 등 인터넷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만큼 접근이 익숙한 젊은 층이 주로 시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팀 다이나믹스 인수를 발표하며 "e스포츠가 국경과 지역을 넘어서는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또 다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e스포츠 문화가 널리 퍼지고 있는 만큼 팀 인수를 계기로 젊은 층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두 가지 장점을 강조했다.

LCK 스프링 접속자 인포그래픽. (이미지제공=라이엇 게임즈)

e스포츠가 단순 마케팅 수단이 아닌 수익 모델로 바뀐 것도 기업에는 매력적이다. 프랜차이즈 투자 참여에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리그 환경에 100억원 규모의 가입금 회수가 어렵지 않으리라는 계산도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e스포츠 수입의 핵심 중 하나는 중계권 수익이다. 미국 롤 e스포츠리그 LCS의 중계권 수익 규모는 1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CK도 해외 수요가 높은 만큼 비슷한 수익이 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다만 참여를 선언한 21개 구단 중 몇 개 팀이나 프랜차이즈의 문턱을 넘게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8년 프랜차이즈 체제로 전환한 미국 LCS, 2019년 전환한 유럽 롤 e스포츠 리그 LEC 등은 프랜차이즈 리그로 10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큰 중국 롤 e스포츠리그 LPL에는 17개 팀이 참가한다. 라이엇 게임즈는 "자체 심사과정에 돌입해 9월 말경 최종 프랜차이즈 심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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