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7.04 06:55

KB금융지주연구소 "공유하고 싶은 정보 있다면 먼저 출처, 근거, 전달 매체 공신력부터 확인해야"

A씨가 받은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 A씨는 이를 가족 채팅방에 공유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짜뉴스 전파자가 됐다. (사진제공=A씨)
A씨가 받은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 A씨는 이를 가족 채팅방에 공유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짜뉴스 전파자가 됐다. (사진제공=A씨)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50대 주부 A씨는 지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생강을 끓여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하지 못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긴가민가했지만, 유명 매체의 기사 링크가 함께 첨부되어 있어 믿기로 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판단한 A씨는 해당 메시지를 복사해 가족 단체 채팅방에 전송했다. 

A씨가 받은 메시지는 가짜뉴스다. 생강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에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는 어디에도 없다. 메시지에 첨부된 기사 링크는 함정이다. 코로나19 백신 연구자를 다룬 기사지만, 생강과 코로나19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A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짜뉴스 유포자가 됐다. 

'인포데믹'의 전형적 사례다. 인포데믹(infodemic)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ndemic)의 합성어로, 허위 정보가 전염병처럼 급속히 퍼지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에는 미디어, 인터넷 등은 물론 전화, 메시지, 메일 등 비공식 매체를 통해 전방위로 확산되며 전파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전파 과정에서 A씨처럼 악의가 없더라도 잘못된 정보 생성에 일조하거나, 유통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례가 없을 정도로 허위정보와 가짜뉴스가 양산되고 있다. '초연결사회'가 도래한 뒤 처음 겪는 집단 감염증은 허위정보·가짜뉴스를 필터링 없이 받아들이게 했고, 인포데믹은 전 세계적 문제로 떠올랐다. 

◆'인포데믹 피해사례' 속출…집단감염에서 사망사고까지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인포데믹은 단순히 '잘못된 정보의 유통'이란 개념을 넘어선다.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는 코로나19의 확산 정도, 예방·치료 관련 내용을 넘어 정치적인 음모론까지 광범위하게 퍼진 상황이다. 아직 치료 방법이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와 관련해 "우리가 싸우는 상대는 감염병(코로나19)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인포데믹과도 싸우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속출하는 '인포데믹 피해사례'가 위험성을 방증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코로나19 대규모 확진 사태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 은혜의 강 교회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교회에서는 '코로나19 예방에 소금물이 효과적'이란 허위정보를 믿고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의 입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렸다. 방역당국은 "소독하지 않은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린 행위가 집단감염을 부추겼다"고 판단했다. 당시 은혜의 강 교회 관련 확진자는 70명을 넘겼다. 

지난 4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19 태스크포스 정례브리핑에서 "살균제를 인체에 주입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소독하는 방법은 없겠는가"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이 '가짜뉴스 전파자' 역할을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실제로 각종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 미국 각지에서 살균제 관련 사고 신고와 문의 전화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는 알코올이 코로나19를 예방한다는 헛소문이 퍼져 700명이 넘는 사람이 공업용 알코올을 마시다 숨졌다. 5G가 코로나19 매개체가 된다는 거짓정보가 퍼져 WHO가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공유하고 싶은 정보 생기면 일단 '팩트체크'부터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 의료·과학자 그룹 등은 인포데믹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WHO는 '미신 깨기(Myth busters)' 페이지를 운영하며 코로나19 관련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다. 유네스코 역시 코로나19 관련 정보 및 허위정보 유형 등을 알리는 중이고, 유럽대외협력청은 코로나19 허위정보를 다루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등은 공동 성명을 내고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힘을 합치겠다고 했다. 

국내의 경우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공식 창구를 질병관리본부로 집중해 신뢰성을 높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포데믹 근절을 위해서는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팩트체크 없이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는 개인이 있는 이상, 인포데믹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허위정보를 판별하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했다. 

먼저 공유하고 싶은 정보가 생겼다면 일단 행동을 멈추고 주장의 출처, 근거, 전달 매체의 공신력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후 해당 정보를 별도로 검색해 왜곡된 사항은 없는지 검토하는 것이다.

KB금융지주연구소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이 중요한 것처럼 인포데믹 차단을 위해서는 개인의 정보 판별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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