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7.06 10:10

고대의대 한기훈 교수팀, 실험동물에 약물 주입 결과, 신경세포 흥분성·행동 이상 정상 회복

고대의대 뇌신경과학교실 한기훈 교수
고대의대 뇌신경과학교실 한기훈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국내 연구진이 뇌전증(간질)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 향후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

고려대의대 뇌신경과학교실 한기훈 교수팀(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최세영 교수, 한국뇌연구원 이계주 연구그룹장)은 지적장애와 뇌전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CYFIP2 유전자의 뇌기능을 구체적으로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학습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지적장애, 그리고 의식소실·발작 등을 보이는 뇌전증은 뇌기능 이상으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뇌질환이다. 지금까지 관련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이가 보고되고는 있지만 뇌기능 이상을 초래하는 메카니즘이 규명되지 않아 치료제 개발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환자의 'CYFIP2 유전자'의 변이가 지적장애 및 뇌전증과 밀접하다는 해외 연구사례에 주목했다. 이 같은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한 교수팀은 CYFIP2 발현이 감소된 마우스 모델을 제작하고, 기억과 의사결정, 공감능력, 감정조절과 관련 있는 뇌 내측전두엽피질 영역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다양한 신경세포 중 제5층(Layer 5) 신경세포에서 선택적으로 변화가 있음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CYFIP2 발현이 줄어든 마우스의 제5층 신경세포는 정상 마우스의 신경세포에 비해 시냅스의 크기가 커졌고, 신경세포의 흥분성 또한 과도하게 증가돼 있었다.

신경세포의 흥분성 증가는 뇌전증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CYFIP2 발현이 감소된 마우스는 뇌전증 증상을 유발하는 약물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구팀은 리튬 약물의 효과도 분석했다. 이 약물이 지적장애 질환인 취약X증후군(Fragile X syndrome)의 뇌질환 증상을 개선한 점에 주목해 CYFIP2 발현이 감소된 마우스에서도 리튬의 효과를 확인해 본 것이다. 취약X증후군은 양극성장애(조울증) 및 X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그 결과, 내측전두엽피질 제5층 신경세포에서 과도하게 증가됐던 흥분성 뿐 아니라, 뇌전증 유발약물에 대한 민감성과 행동학적 이상 등이 모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됨을 발견했다.

한 교수는 “이번에 규명된 CYFIP2 유전자의 뇌기능을 활용하면 관련 유전자 변이에 의해 초래되는 지적장애 및 뇌전증의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신경학연보(Annals of Neurology)’ 6월2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