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7.21 14:36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얼마 전 이사(移徙)와 함께 에어컨을 옮기면서 실외기 재설치 비용에 적잖이 놀랐다. 무려 44만원이 나와 당혹스러웠다.

재설치, 배선 연장 등에 들어가는 35만원은 대강 계산 내에 들어오는 금액이었으나, 냉매 충전비 8만6000원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삿날 한 달을 앞두고 렌탈로 이용 중인 LG정수기를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기사가 충전할 필요가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해당 기사는 정수기를 담당하기 전에 에어컨 기사로 일한 적 있고 온 김에 무료로 에어컨을 간단히 점검하고 냉매 충전 여부도 확인해주겠고 하더니 “냉매가 충분해서 충전할 필요 없다”고 했다.

기자는 실외기 재설치 기사에게 “냉매가 가득찬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충전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사 업체가 냉매 가스 배선을 다짜고짜 자른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사업체, 에어컨 기사와 함께 법정다툼을 벌일 일도 아니기에 “그럼 충전해달라”고 말했다. 기사는 “냉매가 남아 있긴 하지만 조금 더 충전해야 할 것 같아서 넣었다”며 8만6000원을 청구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런 금액은 일부가 아니라 전량을 가득 충전했을 때 들어가는 돈이다.

일부만 충전했다면서 전액을 다 받은 것을 파악한뒤 LG전자 서비스센터에 문의했다. 센터는 “고객님, 실외기 냉매는 친환경이 아니라서 모두 빼고 R-410A 냉매를 넣었다”고 대답했다. 기사는 일부 보충했다고 했는데, "비용이 과하다"고 따지자 그때서야 모두 갈았다고 해명하는 것이다.

게다가 보유 중인 실외기는 제조연월 2017년 7월인 LG전자 실외기이며 여기에 충전돼 있던 냉매가스는 R-410A다. 구입한 지 불과 3년된 제품인데도 친환경 냉매가 아니라는 말은 이전에 고객에게 최신 실외기를 팔고 구식 냉매(R-22)를 넣었다는 말이 아닌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냉매 유출의 장본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서비스 전반의 투명성 상실이다. 고객은 LG서비스센터 소속 직원이 올 줄 알았지만 외주업체가 방문했다. 그는 실외기 재설치에 들어가는 부속이나 공임비를 신뢰성 있게 제시하는 가격표조차 없었다.

바쁜 여름 직영 기사가 아닌 외주기사가 올 수는 있지만 고객의 실외기에 필요한 냉매분량과 그에 대한 가격을 알려주는 표준가격표는 지참하고 제시해야 한다. 매년 에어컨 실외기 냉매 충전 문제를 둘러싸고 고객과 업체간 비용 분쟁이 잦다는 것을 감안하면 세심하지 못한 처사다.

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외주기사가 아니라 LG서비스센터에 있었다. 기자가 LG서비스센터에 냉매를 전량 배출한 후 완충을 진행한 이유를 묻자 LG서비스센터는 “해당 기사와의 전화통화를 원하시느냐”고 물었다. 당시 상담직원은 없었으니 해당 기사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권유했지만 오히려 사태 해결을 고객과 외주 기사에게 미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LG서비스센터는 소속 기사든, 외주 기사든 고객 집으로 보냈다면 고객의 민원을 파악한뒤 방문기사의 의견을 들어본뒤 종합적으로 판단,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게 맞지 않을까? 왜 외주 기사와의 통화 연결을 주선해 결론 없는 입씨름을 유도하는지 모르겠다. LG서비스센터는 그저 외주업체와 고객만 이어주면 되는 플랫폼사업자에 불과한가.

우리 집에 들어와 있는 모든 가전은 LG전자다. “가전은 LG지”라는 생각에 제품들을 구입했지만 사후서비스는 LG답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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