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4.04 10:22

이른바 ‘재벌 정책’은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공약이다. 특히 진보 성향의 정당들은 앞다퉈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각종 규제와 정부 개입 정책을 약속한다.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강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 대표적인 공약들이다. 

지난 총선 당시 경제민주화를 당론으로 채택, 야당과 다를 바 없는 기업 지배구조 정책을 내걸었던 새누리당은 이번 공약에서 롯데그룹과 관련한 법안을 내는 데 그쳤다. 국민의당은 다중대표소송을 공약했으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순환출자, 금산분리 등 다방면에 걸친 재벌정책을 내걸었다. 

◆ 野 3당 모두 다중대표소송제 약속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은 모두 공약집을 통해 ‘다중대표소송제’를 약속했다. 다중대표 소송제는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소송 제기의 주체를 모회사의 소액주주, 모회사의 모회사의 소액주주까지 인정해주는 제도다.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집단 내에서 경영진의 부당한 사익추구를 방지하고 경영권을 전횡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소액주주 권한을 대폭 늘려주자는 취지다. 실제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 일환으로 법무부가 지난 2013년 상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었고 우윤근 전 더민주(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해당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낸 바 있다.

하지만 결국 해당 법은 통과되지 못했다. 일단 세계적으로 입법사례가 없다는 점, 모회사 또는 모회사의 모회사의 주주에게 자회사에 대한 권한을 주는 것은 자회사의 법인격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 등 때문이었다. 

한편 더민주는 “계열 공익법인 등을 통한 총수일가의 계열사 우회 지배 차단을 위해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관 행사 제한”을 공약을 내걸었다. 이 공약은 사실상 ‘삼성규제법’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을 통해 삼성물산의 주식을 매입한 것을 두고 이를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의당은 다중대표소송제와 함께 논란이 되는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지분 비율이 높은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자칫 경영권을 빼앗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기업 내부 정보가 해외로 유출될 우려도 있어 논란이 예고된다. 

◆ 더민주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강화”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또 다른 핵심 문제들인 순환출자와 금산분리에 대해서 더민주는 기존 입장을 반영했다. 

일단 더민주는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다만 고리를 강화하거나 신규로 맺는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더민주 안대로 기존 순환출자 해소가 강제될 경우 재계는 ‘패닉’에 빠진다.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10대 그룹만 기준으로 하더라도 14조6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해 신규 투자와 고용을 저해할 영향이 있다는 것이 재계의 설명이다. 

한편 더민주는 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밝혀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분 보유량 및 의결권을 50%까지 늘려주는 은행법 개정안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더민주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더 강화해 주요 대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배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롯데그룹과 관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약속했다.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롯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총수 일가가 해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회사를 지배하는 관행을 끊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상호출자제한집단의 동일인에게 해외 계열사의 소유지분현황, 주식소유현황 등을 공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약으로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 법 말고는 별다른 재벌 규제 정책을 예고하지 않은 상태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이 심각하고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추가 규제는 기업의 투자 및 고용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순환출자 금지나 금산분리 규제는 현행 제도로도 충분히 강도가 세므로 추가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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