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7.31 18:22

"기능 보유자 건강 이상 경우엔 '명예 문화재 제도'도 고려해야"

31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재 소월아트홀에서 열린 '제9회 경기소리축제 겸 제28회 선소리 산타령 발표회' 공연 직후 기념촬영을 할때, 인간문화재인 황용주(둘째줄 파란색 한복) 선생과 최창남 선생이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31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월아트홀에서 열린 '제9회 경기소리축제 겸 제28회 선소리 산타령 발표회'가 끝난뒤 인간문화재인 황용주(둘째줄 파란색 한복) 선생과 최창남(둘째줄 보라색 상의) 선생이 나란히 앉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31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재 소월아트홀에서 '제9회 경기소리축제 겸 제28회 선소리 산타령 발표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서서 부르는 노래'라 하여 입창(立唱)이라는 별칭이 붙어있는 '선소리 산타령' 발표회에는 문화재청을 비롯한 문화계 관계자들이 관람했다. 

이날 공연을 지켜본 관객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우리 고유의 문화를 지키려 노력하는 공연자들의 진지한 공연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평가가 적잖았던 반면, '문화재청의 실효성 있는 무형문화재 보유자 관리가 허점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선소리 산타령은 말 그대로 '서서 부르는 노래'로써 입창(立唱)이라고도 불린다. 출연자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여러 명이 함께 흥을 돋우며 어깨춤이 저절로 나오도록 만드는 게 공연의 핵심이다. 이런 가운데, 두 명 혹은 네 명이 번갈아서 앞으로 나서면서 흥겨운 소리를 고조시켜 가며 정점으로 치닫는 것이 선소리 산타령의 진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31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재 소월아트홀에서 열린 '제9회 경기소리축제 겸 제28회 선소리 산타령 발표회'에서 '선소리 산타령'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황용주(파란색 한복) 선생이 장구를 들고 다른 공연자들의 흥을 돋우며 공연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31일 열린 '제9회 경기소리축제 겸 제28회 선소리 산타령 발표회'에서 '선소리 산타령'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황용주(파란색 한복) 선생이 장구를 들고 다른 공연자들의 흥을 돋우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국내의 선소리 산타령 예능보유자로서 국가 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인사는 황용주, 최창남 등 2명 뿐이다. 이 중에서 황용주 선생은 공연을 풀타임으로 소화할 정도로 건강을 자랑하고 있다. 이날 황 선생은 장구를 들고 온 무대를 압도하며 '선소리 산타령'을 주도했다.

하지만 또 다른 기능보유자인 최창남 선생은 몇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몸이 불편한 상태다. 이날 공연도 황용주 선생과 단원들의 공연으로 구성됐고, 최창남 선생은 아예 공연에 나오지 못했다. 

최창남 선생은 공연 후에 기념촬영을 할 때 지팡이를 짚고 등장했다. 공연 단원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로 나온 최 선생은 의자에 앉아서 기념촬영만을 한 채 무대뒤로 퇴장했다.

한편, '선소리 산타령'을 잘 아는 민요 공연계 일각에서는 "인간문화재는 자신만이 보유한 기능을 가급적 여러 제자를 육성해 기술을 전수시켜주는 후학양성이 첫번째 사명"이라며 "혹여라도 기능 보유자가 건강 등의 사유로 제 역할을 해내기 어려운 경우에는 명예 문화재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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