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8.12 11:05
지난 1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내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푸틴 대통령 트위터)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반응이 싸늘하다. 백신 개발에 대한 국제적 지침을 따르지 않아 안전성 논란과 함께 국제 공인도 받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화상 내각회의에서 "오늘 아침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이 공식 등록됐다"고 밝혔다.

백신은 ‘스푸트니크 V’로 이름 붙여졌다.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에서 따왔다.

이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 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내 딸 중 한 명도 백신 접종을 받았다"면서 "백신은 필요한 모든 검증절차를 통과했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신약은 1~3상 임상시험을 모두 통과한 뒤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는다. 그러나 이 백신은 마지막 3상 임상시험을 건너뛴 채 승인을 받았다. 또한 2차 임상시험에 결과에 대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번 러시아의 승인은 백신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러시아가 백신 개발을 냉전 시기 미국과 벌인 우주 경쟁과 비슷한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제약회사 협의체인 러시아임상시험연합(ACTO)은 보건부에 서한을 보내 "최종 임상시험이 통과하기 전까지 백신 승인을 미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우려를 표명했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러시아 당국과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충분한 준비 없이 백신을 배포하겠다는 문제가 있다"며 "러시아의 백신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보건부도 "유럽연합(EU)에서 약물 승인은 오직 완전한 임상시험 절차가 끝난 뒤에야 나온다"면서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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