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8.23 00:15

M-SAM 철매-Ⅱ 성능개량형 7개 포대 추가 전력화…미, 북 ICBM 격추 위해 차세대 미사일 요격기·고고도 해상요격 미사일 개발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중거리유도미사일 '천궁(天弓)' (사진출처= 국방부 블로그 캡처)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중거리유도미사일 '천궁(天弓)' (사진= 국방부 홈페이지)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북한의 미사일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이 요격미사일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미국 국방부가 북한이 전시상황에 대규모 탄도미사일로 남한의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를 타격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과 관련해 주요 군사기지 등을 중심으로 요격미사일을 적재적소에 꼼꼼히 배치해 대응할 계획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2일 합동전략실무회의를 개최하고 철매-Ⅱ(천궁) 요격미사일의 성능을 개량해 대량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 탄도탄 요격미사일을 오는 2025년까지 현재 대비 두 배 이상 증강할 방침이다. 

우선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철매-Ⅱ 성능개량형을 추가 배치한다. 

군은 북한의 항공기를 요격하기 위해 철매-Ⅱ를 개발한 후 18개 포대를 배치해왔다. 철매-Ⅱ란 원래 1960~70년대 도입된 호크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추진된 국산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개발 사업 이름이다.

군은 철매-Ⅱ 성능개량사업을 통해 항공기 요격용 외에도 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도록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방산기업인 LIG넥스원은 2012년 철매-Ⅱ 성능개량에 착수했고 2017년 시험평가에서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았다.

성능이 개량된 철매-Ⅱ는 7개 포대로 배치됐지만 기존 항공기를 요격하는 18개 포대의 철매-Ⅱ 발사대도 이용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포대는 총 25개로 대폭 늘어난 셈이다.

철매-Ⅱ 발사대 1포대 당 32발을 장착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양산된 224대의 탄도미사일이 국방부 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약 450대가 실전 배치 될 수 있다. 또한 모든 포대를 활용하게 되면 최대 800여발의 탄도탄요격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양산까지 이뤄지면 현재 대비 약 세 배의 요격미사일을 확보하게 된다. L-SAM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양산과 전력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군이 철매-Ⅱ 성능개량사업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에 나선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군이 다양한 공격 수단을 펼치면서 탄도미사일 공격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 육군부는 '북한 전술 보고서'를 통해 북한군이 전시에 비무장지대에서 재래식 화력과 화학 무기 등을 동원한 대규모 공격으로 서울을 고립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남한의 항구, 정보기관 등 주요 시설과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타격할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북한군은 동시에 헬리콥터, 경비행기, 땅굴 등으로 한국 후방지역에 특수부대를 투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프=국방부)
(그래프=국방부)

한국형 아이언돔 장사정포 요격체계 전력화…기술력·운용비는 난제 

우리 군은 북한 탄도미사일 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향한 장사정포 위협에도 요격으로 대응한다. 

군사분계선(MDL) 인근 북측 지역에는 1000여문의 각종 포가 배치돼 있는데 이 중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 장사정포 330여문이 수도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장사정포는 시간당 최대 3000발을 쏠 수 있어 실제로 발사가 이뤄질 경우 휴전선과 가까운 수도권이나 핵심시설들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이러한 장사정포 배치를 근거로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태일 때 종종 '서울 불바다' 라는 말을 내뱉으며 위협을 해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군은 수도권과 핵심 중요시설을 방호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돔'인 장사정포 요격체계를 2020년대 후반이나 2030년대 초반 전력화할 방침이다. 

아이언돔(Iron Dome)이란 여러 장소에 유도탄 발사대를 설치해 돔(둥근 지붕) 형태의 방공망으로 둘러싸 날아오는 장사정 포탄을 요격하는 체계를 뜻한다.

원래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운용하는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 미사일을 공중으로 발사해 적군이 쏜 로켓포, 단거리 미사일 등을 격추한다. 도시 방어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나 헤즈볼라 같은 아랍 무장단체의 미사일, 로켓 공격을 막기 위해 아이언돔을 개발했다. 사거리는 4~70㎞, 요격 고도는 10㎞ 이내다. 현재 팔레스타인 및 시리아와 접경지역에서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를 운용하고 있다. 

아이언돔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건 지난 2014년 가자전쟁에서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아이언돔이 273발 중 245발을 요격해 명중률 90%를 기록했다고 홍보한 바 있다. 

우리 군도 이러한 아이언돔 체계와 유사한 방어체계를 독자기술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요격체계 구축에 필요한 기술력이다. 아이언돔과 유사한 방식으로 장사정포를 요격하기 위해서는 레이더, 통제센터, 발사대 등 핵심 장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레이더는 로켓 및 포탄 발사를 감지하고 궤도를 추적하고, 통제센터는 궤도를 분석해 예상 타격 지점을 결정하고, 발사대는 실제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역할을 한다. 

막대한 운용비 역시 난제다. 아이언돔 요격 미사일은 1발당 4만달러(약 4737만원) 내외로 알려졌다. 포대 1기는 이보다 100배 더 비싼 수준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최대 수천 발 쏟아질 수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를 완벽히 대응하자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 때문에 값싼 장사정포를 요격하는데 수천만원대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아이언 돔 만든다고 국방비 다 쓸 판"이라는 회의적인 이야기나 "자체 개발보다 이스라엘에서 도입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하마스나 헤즈볼라 같은 무장단체가 쏘는 포의 양이 많지 않아 아이언 돔으로 대부분 대응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스라엘도 미국의 지원을 받아서 아이언 돔을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국내 기술을 활용한 한국형 요격체계 개발에 투입될 예산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로켓 엔진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SBS 뉴스 캡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로켓 엔진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SBS 뉴스 캡쳐)

미·일 북한 미사일 막기 위해 다각화 노력…소형 인공위성망 체제

미국 국방부도 적의 미사일 발사 초기부터 종말 단계에 이르기까지 보다 촘촘하게 배치된 미사일방어망을 통해 요격 기회를 늘림으로써 본토 방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막을 차세대 요격기를 2028년에 실전 배치할 계획을 밝혔다. 

존 힐 미국 미사일방어청장은 전날 미국 헤리티지재단 주최로 열린 화상회의에서 "'차세대 미사일 요격기'(NGI)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2028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힐 청장은 "NGI(Next Generation Interceptor)란 북한의 ICBM 방어를 위한 '다층적 본토 미사일 방어체계'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현재 지상 발사 요격체 44기를 미국 내에 배치했으며, 향후 NGI를 포함해 총 64기를 육상에 배치할 계획이다.

힐 청장은 "NGI 실전 배치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고려해 연내 '고고도 해상 요격 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북한 ICBM 발사를 가정해 고고도 해상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적의 미사일 위협이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미사일 방어역량을 발전시키려고 하지만 기술을 실전 배치하는 데 시간이 걸려 위협 대응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역시 북한·중국·러시아의 신형 미사일 발사를 탐지·추적하기 위해 다수의 저고도 소형 인공위성망 체제를 미국과 공동으로 갖출 계획을 밝혔다.

지난 19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미·일은 그동안 비행경로 포착이 쉬운 탄도미사일을 고도 3만6000㎞ 고고도 위성이나 지상 레이더로 탐지·추적해 요격하는 체제를 구축해 방어력을 높여 왔으나 최근 북·중·러는 미·일의 미사일 방어를 돌파할 수 있는 신형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중·러는 탄도미사일보다 낮은 고도에서 경로를 바꿔가면서 고속으로 비행하는 극초음속형 미사일의 실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도 변칙궤도 미사일 발사 시험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일은 2020년대 중반 운영을 목표로 고도 300∼1000㎞의 저고도에서 신형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미사일 방어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미국은 1000기가 넘는 소형 위성으로 지구를 감시하면서 이 중 200기에 열원(熱源)을 추적하는 적외선 센서를 탑재해 미사일 방어에 사용할 계획이며 일본도 이런 계획에 참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계획에 따르면 총사업비 1조엔(약 11조2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종래의 위성은 제조·발사에 수백억엔 이상이 소요되는데 소형 위성 1기의 가격은 5억엔(56억원) 전후라고 한다. 

신문은 "일본은 센서 개발과 위성 소형화에 협력할 전망"이라며 "일본 정부는 일본 주변 상공의 위성망 구축비용 가운데 일부를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우선 2022년까지 소형 위성 30기를 궤도상에 띄워 미사일 탐지·추적 시스템을 시험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해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예산안에 이 위성망에 탑재할 적외선 센서 개발비용 등을 반영하기로 했다.

신문은 "소형 위성망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탑재 위성도 포함되기 때문에 미사일뿐만 아니라 함선과 항공기, 지상의 군부대 이동까지 알 수 있다"며 "센카쿠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의 중국 측 동향도 파악하기 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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