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8.24 16:19

5년 8개월 동안 조사·심의…"정상가격 입증 부족한데다 위법 여부 판단 힘들어"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사진제공=한화)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사진제공=한화)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 무려 5년 8개월 간의 조사와 심의 끝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 조사 결과 그룹 차원이나 총수 일가에서 관여하거나 지시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공정위는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줬다고 판단할 기준이 되는 통상적인 거래 관행이나 정상가격을 입증하는 데도 실패했다. 공정위는 증거자료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무리한 조사를 장기간 강행해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따라 한화그룹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데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으며 경영의 불확실성도 해소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한화그룹 계열사를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건 중 데이터 회선과 상면(전산장비 설치공간) 서비스 거래 건은 무혐의,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 거래 건은 심의 절차 종료 결정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한화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김승연 회장 아들 3형제가 실질적인 지분을 가진 한화S&C에 일감과 이익을 몰아줘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의혹에 대해 조사·심의해왔다.

공정위는 한화 등 23개 계열사가 한화S&C에 데이터 회선 사용료를 비싸게 지급했으며, 27개 계열사는 상면 관리 서비스 이용료를 고가로 줬다고 봤다. 또 22개 계열사는 거래 조건을 합리적으로 따지지 않고 한화S&C에 1055억원 규모의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를 맡겼다고 의심했다.

공정위가 두 차례 현장 조사를 나갔을 당시 한화시스템과 소속 직원 5명이 자료를 삭제하고 은닉하는 등 조사방해 행위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렇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이런 의혹에 대해 제재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

데이터 회선 사용료나 상면 관리 서비스 이용료의 경우 시장에서 통상 적용되는 정상가격 입증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무혐의로 결정했다.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는 관련 시장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과 그룹 혹은 총수 일가의 관여·지시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보고 심의 절차 종료로 결정했다.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한화시스템 직원들의 조사 방해 의사가 크다고 보기 어려워 해당 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판단할 수 없어 미고발 처리하기로 했다.

한편, 향후 한화그룹은 경영활동에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검찰 고발을 면하게 된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행 보험업법 제111조는 보험사가 보험사의 이익에 반해 대주주 개인의 이익을 위해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만일 한화S&C가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면 금융 계열사들도 검찰 고발에 따른 금융감독원 추가 제재가 불가피한 만큼 신사업 진출을 위한 인허가가 1년간 막혔을 것이다.

한화그룹 측은 "공정위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한화그룹은 앞으로도 공정한 거래와 상생협력 문화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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