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8.29 06:30

한은 수정전망 -1.3% 이루려면 하반기 1.5% 성장 필요…내수부진 현실화 속 녹록지 않아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올해 우리나라가 1980년(–1.6%), 1998년(–5.1%) 이후 세 번째로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하면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3%로 제시했다. 이는 직전 전망인 5월(–0.2%)과 비교해 1.1%포인트 대폭 낮춘 수준이다. 5월 당시 워스트 시나리오상 제시했던 –1.8%에 가까워진 것으로 수도권 코로나 재확산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5월 전망 시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 진정될 거라고 봤는데 꺾이지 않고 있고 최근 국내에서도 재확산했다”며 “우리 수출과 국내 소비의 개선흐름도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본다”며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또 “상반기 2분기 수출실적이 예상을 밑돌았고 예정보다 길었던 장마와 집중호우도 하향 조정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앞으로의 성장흐름은 결국 코로나19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기본 시나리오상으로 –1.3%를 제시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이 빠르게 진정되는 낙관 시나리오로는 –0.9%, 코로나 재확산이 겨울까지 이어지는 비관 시나리오로는 –2.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5월에는 낙관 시나리오상으로 플러스(0.5%) 성장 전망이 남아있었으나 이제는 모든 경로에서 역성장을 전망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으나 IMF 외환위기(1998년 –5.1%)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문제는 내수인데 가을, 겨울에는 독감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경제 활동이 더욱 위축되면서 소비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내수 부진은 현실화되고 있다. 수도권 확진자가 지속 발생하면서 일단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9월 6일 자정까지 일주일 더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연장과 더불어 방역지침도 3단계에 가까운 수준으로 강화했다.

우선 오는 30일 0시부터 음식점·제과점에 대해 정상영업을 허용하되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가능토록 제한한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에 관계없이 매장 내 음식·음료 섭취를 금지하고 포장·배달만 허용한다. 학원은 비대면수업만 허용한다. 헬스장, 당구장, 골프연습장 등 실내체육시설도 집합금지 조치를 실시한다.

이번 조치에 따라 수도권 소재의 38만여개 음식점과 제과점, 6만3000여개 학원, 2만8000여개 실내 체육시설 등이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어느 정도의 내수 위축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2.5단계'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증가세를 잡지 못하면 3단계 실시가 불가피해진다. 3단계 격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성장률 전망치 추가 하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단계로 격상하면 거의 모든 경제적, 사회적 활동이 멈춰 사실상 셧다운에 돌입하게 된다. 그나마 근근이 이어가던 내수가 아예 무너져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1.3% 성장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3분기와 4분기에 약 1.5%(전분기 대비)의 성장이 필요하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된 경로를 보면 큰 폭의 GDP 감소 직후 2개 분기 동안은 경기가 U자의 바닥을 형성하면서 느리게 회복되다가 약 1년 뒤인 2009년 3분기에 비로소 기존의 성장경로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수정 전망을 따른다면 올해 3분기부터 경제가 비교적 가파른 속도로 반등해야 하는데 과거 회복패턴을 감안하면 녹록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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