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9.22 10:52

세브란스 김찬형·장진우, 명지병원 장진구 교수팀, 우울유발 회로 정밀 차단…시술 후 1년 평가에서 우울증 개선 유지

왼쪽부터 김찬형, 장진우, 장진구 교수.
왼쪽부터 김찬형, 장진우, 장진구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초음파를 이용해 난치성 우울증을 치료한 첫 사례가 국내에서 보고됐다.

연세대의대 세브란스 정신과 김찬형·장진우 교수와 한양대의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진구 교수팀은 약물로 치료가 어려운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 4명에게 '고집적 초음파뇌수술(MRgFUS)'을 시행한 결과, 뚜렷한 치료성과를 거뒀다고 22일 밝혔다. 환자들은 치료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특별한 합병증 없이, 호전 상태를유지하고 있다.

교수팀은 지난해 2015~2018년 약물과 전기경련치료(ECT)에도 호전되지 않은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 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치료저항성 우울증은 약이나 심리치료에도 증상이 악화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지금까진 이런 환자에게 뇌신경 자극술이나 머리를 여는 두개절제술을 시도하지만 부작용과 긴 회복기간 때문에 실제 적용은 쉽지 않았다. 보고에 따르면 환자의 52%에서 섬망 등 일시적 부작용이, 21%에선 뇌출혈, 요실금, 두통 등 영구 부작용이 나타났다.

치료 원리는 강력한 초음파로 우울증을 야기하는 뇌의 회로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정밀도다. 이를 시현하기 위해 교수팀은 미국 인사이트텍사가 개발한 고집적 초음파 장비 ‘엑사블레이트 뉴로’(Exablate Neuro)를 사용했다. 1000여개의 초음파를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장치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위치를 추적해 1㎜ 이내 오차 범위 내에서 전두엽에 있는 우울 유발부위를 절제한다.

환자별 객관적 우울증 개선 결과를 보여주는 그래프.
환자별 객관적 우울증 개선 결과를 보여주는 그래프.

환자들은 수술 다음날 일상생활에 복귀했고, 이후 1주일, 1개월, 6개월, 12개월 시점에서 진행된 우울증 평가(HAM-D)와 주관적 우울증 평가(BDI)에서 각각 83.0%와 61.2% 감소 효과를 보였다. 그밖의 신경학적 검사나 신체 이상 소견 등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다.

연구팀은 과거에도 강박증 환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임상실험을 시도해 성공을 거둔 바가 있다.

김찬형 교수는 “고집적 초음파를 이용한 수술은 두개골을 직접 열지 않아 출혈과 감염 위험이 없다"며 "짧은 시간에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고, 현재까지 알려진 단·장기 부작용이 없어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초음파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내용은 국제 저널인 ‘Bipolar disorders’(IF 5.41)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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