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검정교과서, 정말 '편향적'?…북한·박정희 어찌 다뤘나 확인해보니
한국사 검정교과서, 정말 '편향적'?…북한·박정희 어찌 다뤘나 확인해보니
  • 윤현성 기자
  • 승인 2020.10.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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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어두운 면 설명 비교적 부실…판문점·평양 남북정상회담 쓰면서 연평해전 등 누락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 고등학교 교과서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는 문제는 교육 분야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역사 교육은 정치와 분리되고, 가장 중립적으로 실시되어야만 한다.

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것 중 하나가 2015년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였다.

국정교과서 제도는 국가에서 직접 교과서를 발행하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발행해 교육 당국의 검정·인정을 거치는 검인정제 등과는 달리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내용의 편향성, 역사적 오류 등이 발견되며 거센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등도 "정부 입맛에 맞는 역사 교육을 하는 건가"라며 맹공을 가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정부는 국·검정 혼용 체제를 채택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보였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국정교과서를 폐지했다. 현행 한국사 교과서는 검정체제 하에서 제작되고 있다.

지난 2015년 국정화 논란을 낳았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사진=YTN뉴스 캡처)
지난 2015년 국정화 논란을 낳았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사진=YTN뉴스 캡처)

지난 7일부터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위원회 국감에서는 한국사 검정교과서가 '친정부적', '친북적'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나왔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교육위 국감에서 한 한국사 검정교과서를 공개하며 "이게 고교 역사책인지 정권 홍보물인지 모르겠다", "교과서 검정 권한은 전적으로 정부가 쥐고 있는데 편향적, 정치적 내용이 담겨있다"고 성토했다.

현재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는 ㈜금성출판사, 동아출판㈜, ㈜미래엔, ㈜비상교육, ㈜씨마스, ㈜지학사, ㈜천재교육, ㈜해냄에듀 등 8개 출판사에서 발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성출판사, ㈜미래엔, ㈜씨마스, ㈜지학사, ㈜천재교육, ㈜해냄에듀 등 6개 검정 출판사와 검정 출판사가 아닌 ㈜교학사를 비롯한 7개 출판사에서 발간한 한국사 교과서의 현대사 파트를 직접 읽어보고, 실제로 친북적·친정부적 성향이 강한지, 편향성이 담겨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주요 쟁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 문제, 북한 도발 등 부정적 표현의 임의 삭제 문제, 친정부적 기술 등이었다. 이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니 6·25전쟁~현재까지 이르는 현대사 부분에서는 모든 교과서가 큰 흐름이나 설명 방식 정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 대체적으로 유사하게 서술하거나 표현했다.

◆5·16은 군사정변? 쿠데타?…박정희 정권 명암 어떻게 다루나

5.16 군사정변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KBS 역사저널 그날 캡처)
5.16 군사정변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KBS역사저널 그날 캡처)

흔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장 큰 공으로 평가되는 것은 경제발전이고, 가장 큰 과로 평가되는 것은 5·16군사정변 및 유신체제를 통한 독재라고 볼 수 있다. 특히 5·16과 관련해서는 가장 중립적 표현인 '군사정변'이 주로 사용되며 박 전 대통령을 우호적으로 보는 세력은 당시 정변 세력이 명명했던 '혁명'이라는 표현을, 비판적으로 보는 세력은 '쿠데타'라는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용어에 초점을 맞춰보면 ▲(금성) 군사 정변 ▲(미래엔) 군사 정변 ▲(씨마스) 군사 쿠데타 ▲(지학사) 군사 쿠데타 ▲(천재교육) 쿠데타 ▲(해냄에듀) 군사 정변 ▲(교학사) 군사 쿠데타로 표현하고 있다. 군사 정변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한 출판사도 '헌정 중단'(금성), '헌정 질서를 짓밟았다'(미래엔) 등 부정적 묘사를 더하긴 했지만 용어 사용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군사 정변 정당화, 정경유착의 시초, 대기업 비대화 등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박정희 정권 당시의 경제 성장은 오늘날 우리나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시킨 기반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국감에서 바로 이 점이 언급되며 '경제성장이라는 공을 서술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뺐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1960~1980년대의 급격한 경제성장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만큼 대부분의 교과서에서는 박정희 정권부터 전두환 정권까지의 경제성장 과정을 합쳐서 다루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경제성장을 주도한 '주어'를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출판사별로 보면 ▲(금성)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 ▲(미래엔) 박정희 정권의 경제 제일주의 ▲(씨마스)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 ▲(지학사)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추진 ▲(천재교육)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 ▲(해냄에듀) 정부의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교학사)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추진 등이었다. 주어를 '정부'라고만 지칭한 해냄에듀의 경우엔 경제개발 내용을 박정희 정권 관련 단원에 포함시켜 그 연관성을 보여주었다.

김병욱 의원이 교육위 국감에서 '행간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취지로 지적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였다. 5·16군사정변과 유신헌법의 주어를 '박정희'라고 해놓고 경제발전을 서술할 땐 주어를 '정부'로만 표현해 공은 숨기고 과오만 부각시켰다는 주장이다.

다만 가장 내용이 상세하고 수능 응시를 위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고3 한국사 검정교과서들은 경제성장을 박정희 정부의 추진 사업이라고 분명히 서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보면 김 의원이 지적한 개별 교과서의 문제는 있을지언정 이를 두고 '역사 교육이 편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천안함·연평도 다룬 검정교과서 6종 중 2종뿐…'친정부' 지적엔 '글쎄'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씨마스 출판사의 한국사 검정교과서를 공개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정권홍보물인가"라고 규탄했다. (사진=김병욱 의원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씨마스 출판사의 한국사 검정교과서를 들고 있다. (사진=김병욱 의원실)

이어 출판사별 북한 관련 서술을 비교했다. 모든 한국사 검정교과서에는 가장 마지막 단원으로 '남북관계'와 '동아시아 평화'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해당 단원에 있던 북한에 불리한 내용 일부가 의도적으로 삭제됐다고 성토한 바 있다.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7·4남북공동성명, 남북 기본 합의서, 6·15 남북 공동 선언, 10·4 남북 공동 선언, 남북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사건에 대해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반면 핵 개발이나 각종 도발 등에 대해서는 출판사별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였다.

출판사별로 언급하고 있는 북한의 만행을 보면 ▲(금성) 이른바 '김신조 사건'으로 불리는 무장간첩 사건, 북한의 핵 확산 금지 조약 탈퇴 ▲(미래엔) 핵실험·개발 ▲(씨마스)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미사일 발사, 핵실험 ▲(지학사) 무장간첩 사건, 피랍 사건, 핵실험, 군사 도발 ▲(천재교육) 핵 개발, 미사일 발사,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건 ▲(해냄에듀) 핵 개발, 미사일 발사,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교학사) 핵 개발, 아웅산 테러, KAL858기 폭파 사건, 연평해전,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꽃제비 등 북한 인권문제 등이다.

검정교과서가 아닌 교학사가 북한의 부정적 측면을 가장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또 연평도 포격·천안함 사건 등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사건에 대한 언급한 검정교과서는 6종 중 2종이었고, 북한의 북방한계선 침범으로 촉발된 연평해전을 기술한 검정교과서는 없었다.

'최근의 사건이기 때문에 설명하기 곤란하다'는 반론을 펼치기에는 불과 2년 전 있었던 판문점과 평양에서의 정상회담,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남북 단일팀 결성 등은 보다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지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검정교과서들이 '친정부적', '친정권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북한 관련 서술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관계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정치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과서들은 정부의 평화통일 노력, 남북 정상회담 등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현 정부의 전신으로 여겨지는 김대중 정부(2000년)와 노무현 정부(2007년), 그리고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집권 당시 이뤄졌다. 각각 남북관계에서의 변곡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사건인 만큼 이에 대해 자세히 기술한 것을 '친정부적'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 정부와는 대척점에 있는 박정희·노태우 정부 시절의 남북관계 개선 정책 등도 모두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교육부 또한 "있는 역사적 사실을 가르칠 뿐"이라는 입장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북한 최고지도자가 화해와 평화의 지도자로 우리 역사 교과서에 실리는 게 합당한가"라는 지적에 "남북정상회담은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다. 사실을 그대로 배우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행 한국사 검정교과서를 마냥 '편향적'이라고 몰아갈 수는 없다. 다만 완전히 '중립적'으로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관계의 어두운 면에 대한 설명이 긍정적인 면에 대한 것보다 비교적 부실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평화 통일, 남북 화해가 중요한 만큼 북한이 우리나라에 어떤 상처를 입혀왔는지,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 시절 교육을 통해 구축되기 시작하는 각자의 '역사관'은 평생에 걸쳐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만큼 역사 교육은 그 어떤 편향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가장 객관적인 사실만을, 역사적 사건의 명암 모두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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