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10.22 17:51

"동료·지인들로부터 받은 꽃게 대금까지 도박으로 모두 탕진"

해양경찰청. (사진=MBC 뉴스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해양경찰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월북 직전까지 배에서 도박을 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21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종자는 도박 등으로 인한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해경은 "실종자는 출동 전·후는 물론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되어 있었다"면서 "각종 채무 등으로 개인회생 신청, 급여 압류 등 절박한 경제적 상황에서 출동 중 동료·지인들로부터 받은 꽃게 대금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하고 당직 근무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해경이 확보한 지난 2019년 6월부터 실종 전까지 A씨의 계좌 추적 결과 도박계좌 송금 횟수 591회, A씨의 급여와 금융기관 및 지인 등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수억 원대의 인터넷 도박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지난해 6월부터 실종 전날인 올해 9월 20일까지 A씨가 인터넷 도박 계좌로 총 591회 송금(배팅)하는 등 수억원대의 인터넷 도박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A씨가 지난 9월 20일 오후 10시28분까지 도박 계좌에 송금을 했다고 결론냈다. A씨는 지난 9월 21일 오전 1시30분께 동료들에게 '잠시 문서 업무를 보고 나오겠다'며 조타실을 나갔으며, 같은 날 오전 11시30분께 실종됐다.

해경은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에서 북측 민간 선박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등을 월북의 근거로 꼽았다.

A씨가 이용한 부유물과 관련해서는 "실종자가 이용한 부유물의 형태는는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크기는 실종자의 무릎이 꺾여 발이 물에 잠긴 상태에서, 파도에도 분리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누워있을 수 있는 1m 중반 정도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다만 해경은 A씨가 사라진 무궁화10호에서 보유 중인 부유물은 수량 관리가 되지 않아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슬리퍼가 A씨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선미 밧줄더미 속에서 발견된 검정 슬리퍼는 무궁화10호·13호 직원들 모두 '자기 것은 아니다'고 했고, 이들 중 2명은 '무궁화13호 식당에서 TV를 볼 때 실종자가 신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는 구체적인 진술 등을 바탕으로 실종자의 것으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A씨가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 "실종 당일, 무궁화10호는 닻을 내리고 정박한 상태에서 기상도 양호했으며 선박 양측에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는 줄사다리가 거치돼 있었다"며 "실종자가 북측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정황 등을 감안,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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