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11.03 17:21

설립 쉽고 혜택 많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공공치매노인전문요양병원 확충 필요

일산 동구에 위치한 노인 요양원.(사진=제보자 제공)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일산 동구에 있는 한 노인 요양원에서 고령의 노인이 다른 입소자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해당 업체가 무책임한 자세를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방적으로 5분간 폭행이 지속됐음에도 요양관리사 등 해당 업체의 관계자들 아무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후 피해자 가족들이 해당 요양원 측에 방치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항의하자 업체 관계자는 "불가항력으로 어쩔 수 없었다"면서 무책임한 자세를 보였다.

일산 동구의 D요양원에서 86세 치매환자 A씨가 70대 B씨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폭행 발생해도 아무런 제지 없어…피해자 가족들 항의에도 방임·관리소홀 논란

지난 10월 20일 오전 8시경, 일산 동구의 D요양원에서 86세 치매환자 A씨가 70대 B씨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는 사건이 5분간 벌어졌다.

평소 치매를 앓고 있었던 A씨는 사건 당일 자리를 찾지 못해 B씨의 침대에 걸터앉았고 B씨는 침대에 걸터앉은 A씨에 대해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며 분노를 삼키지 못하고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양쪽 눈에 심하게 멍이 들고 이마 쪽이 8바늘을 꿰매야 할 정도로 크게 찢어진데다 치아가 흔들리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이후 요양관리사가 A씨의 상처를 확인하고 나서 치료를 하고 10시 30분경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

가해자인 B씨도 치매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A씨 가족측은 "구타 소리가 들렸지만 요양보호사나 관리자 등 어느 누구도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러한 폭행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A씨는 작년 9월 13일에도 폭행을 당한 적이 있으며 그 이전에도 정확한 일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입소자 사이에 폭행사건이 발생한 사건이 여러차례 있음에도 요양원 측에서는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방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해당 요양원은 '불가항력'이라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또한 피해자 A씨와 가해자 B씨간의 개인적인 사건으로 치부하며 가해자인 B씨의 가족과 피해자인 A씨의 가족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피해·가해자 가족 모두 해당 요양원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해자 B씨 역시 치매를 앓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우발적인 폭행 사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요양원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요양원은 보험처리를 진행했다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면담 요구도 회피하면서 피해자의 가족들이 계속해서 요양원을 방문하자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다며 불편함을 드러내는 등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 가족은 "죄송하다고는 말했는데 계속 불가항력이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한테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하면서 피하더라"라고 전했다. 

공동취재단 기자가 취재를 위해 D요양원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원장인 L씨는 "나가달라"는 말만 되풀이 하며 "공론화할거면 하라"고 말했다. 현재 D요양원에서 벌어진 해당 사건은 고양시청과 경기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 등에 긴급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고양시청 노인복지과 요양팀 측에서는 "관련 신고가 접수돼서 현재 조사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입소자 간에 발생한 문제기 때문에 현재 방임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일산 동구의 D요양원에서 폭행당한 86세 피해자. (사진=제보자 제공)

설립 쉽고 혜택 많아, 감시감독 및 처벌기준 미흡…'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요양원

해당 요양원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비단 해당 요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위기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인구 급증에 발맞춰 요양원 등의 시설이 우후준순처럼 늘어나곤 있지만, 정작 해당 시설들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쉽게 설립가능한데다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각종 문제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 역시 요양원 관리감독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서 해당 요양원에서의 폭행사건과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손쉬운 개설과 허술한 감시감독 시스템으로 인해 일부 개인운영자들이 요양원을 단순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면서 의료서비스의 수준 저하와 노인 학대 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양원에서 입소자 폭행 사건이 발생한 경우, 많은 업체들이 직원 개인의 일탈 또는 입소자의 문제로 치부하며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법적으로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급여를 거짓·부당청구 하는 요양원에 대한 처벌만 명시돼있을 뿐, 관리 소홀이나 폭행·방임 등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요양원을 직접적으로 처벌할 법적 근거는 부실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입소자 간에 발생한 폭행일 경우, 요양원에서는 개인의 문제라며 발뺌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요양원이 폭행을 방임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 제대로 규명하기도 힘들어 대부분 개인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또한 사안이 발생하면 노인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이 조사하지만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 강제 규정이 아닌데다가 인권 문제 등을 우려해 CCTV를 설치하지 않은 시설도 많고 치매 환자 특성상 진술 확보도 용이하지 않다.

요양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흡하고 감시감독 시스템이 부실한 것과 달리, 설립 기준은 허술하기 그지 없다. 

법인 또는 개인에게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누구나 설립 가능하고 원장이 사회복지사 또는 국가인정자격증 소유자여야 한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이런 허점을 노려 소유자가 별도로 원장을 앞세워 요양원을 운영하며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원을 운영하게 되면 정부 보조금은 물론 취득세 감면이나 전기·가스비 할인 등 여러 가지 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에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지금 상황에서는 요양원 운영이 또다른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치매노인전문요양병원이 더 많이 생겨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요양원의 경우 치매 환자 전문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에 대해 환자 가족과 요양원 간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며 "전문 인력이 많고 비용 부담이 적은 공공시설이 많이 생기면 보다 안심하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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