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11.07 00:15
과테말라 북부 열대림에 위치한 티칼 마야 유적지. 이곳에서 서반구 최초의 제올라이트 물 정화 장치가 발견됐다. (사진제공=사이언스)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마야의 옛 도시 티칼은 1000년 이상 번성했다. 과테말라 북부의 열대림에 자리잡고 있는 티칼은 700년경 절정기 때 4만 5000명 이상이 거주했다.

티칼은 거대한 궁전과 사원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수만명의 목숨을 유지시킨, 물정화 장치다.

연구원들은 최근 티칼의 가장 큰 저수지에서 미생물과 중금속을 포획하는 화산 광물을 발견했다. 이 광물은 근처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터로 쓰기 위해 의도적으로 넣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식은 사이언스에 실렸다.

케네스 탱커슬리 신시내티대(UC)의 고고학과 교수는 "이번 발견은 고대 세계의 첨단 기술력이 그리스 로마, 이집트, 중국 등지에 집중돼 있었다는 그동안의 관념과는 상반되는 것"이라며 "물을 정화하는 데 있어 마야인들은 수백년 앞섰다"라고 말했다.

티칼 주민들은 11월부터 4월까지 지속되는 건기와 싸워야 했다. 그들은 저수지에 물을 저장했다. 하지만 마시기 적합하도록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니콜라스 더닝 신시내티 대 교수와 그 동료들은 티칼의 저수지를 탐사했다.

그들은 가장 큰 저수지 중 하나인 코리엔탈이 다른 곳보다 중금속, 독소를 생성하는 조류, 그리고 배설물 오염과 광물 오염이 현저하게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닝 교수는 "코리엔탈의 수질이 훨씬 깨끗했다"라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저수지 바닥에 있는 퇴적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고대 필터의 첫 번째 힌트는 석영 결정이었다. 과학자들은 각각 몇 센티미터 두께의 4개의 층을 발견했다. 각 층은 갈색의 밀리미터 크기의 석영 결정으로 이뤄져 있다.

연구원들은 석영을 더 자세히 조사했다. 석영에는 작은 제올라이트 결정체들이 분포해 있었다.

제올라이트는 다공성 구조 안에 미생물과 중금속을 흡수해 물을 정화시킬 수 있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생수부터 포도주까지 우리가 마시는 거의 모든 것이 제올라이트 필터를 통해 걸러진다.

마야인들은 제올라이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정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티칼에서 북동쪽으로 30㎞ 떨어진 곳에 석영과 제올라이트가 풍부한 암석이 형성돼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 제올라이트가 포함된 석영을 채취해 코리엔탈 저수지에 넣었을 것이다.

루케로 교수는 "마야인들의 높은 기술수준을 알려주는 또 다른 발견"이라며 "고대인들 성취에 대해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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