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11.10 19:35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직원들에게 그동안 못 준 월급만 수천만원에 달하는데 정부가 지원해준다는 50만원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수영장을 운영하다 최근 폐업을 신고한 A씨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A씨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악착같이 버티려고 했으나 실내체육시설에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학원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강사 월급과 임대료를 내기도 벅찬 상황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의 신음과 고통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의 절반 이상은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매출 하락이 심각하다고 호소하는 실정이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운영하는 사업장 전망으로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나 폐업을 고려할 것 같음'이 50.6%로, '폐업상태일 것 같음'이 22.2%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실에 정부도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매출이 줄어 폐업한 소상공인 20만명에게 '폐업점포 재도전 장려금'을 50만원씩 총 1000억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폐업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와 달리 주는 돈은 초라하기만 하다. 폐업해서 생계가 경각에 달린 소상공인에게 고작 50만원 가지고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미 폐업한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더욱 짙다. 중기부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격상한 8월 16일 이후 폐업을 신고한 소상공인에게만 5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전에 폐업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점포 철거, 사업정리 컨설팅, 전직장려수당, 재창업교육 등의 지원사업을 한다고는 하나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자문을 제공하는 데 불과한 사업도 있다.

올해 초부터 장사가 안돼 일찍이 폐업한 소상공인들이 수만명을 헤아리는데 이들에게는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자금을 한푼도 안 준다는 얘기다. 이것은 상당히 불공평한 정책으로 보인다. 하루 일찍 문 닫았다는 이유만으로 8월 15일에 폐업한 소상공인은 지원금을 못 받는 것이다. 다수의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피해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3월부터 버티기 어려웠던만큼 이런 정부의 결정은 지원 대상자를 줄이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중기부는 최근 국세청과의 업무협력으로 폐업점포 재도전 장려금 신청 시 증빙서류 제출 부담을 없앤다고 홍보하며 생색을 내기도 했다. 각종 서류를 복잡하게 제출할 필요 없이 간단히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 골자다. 진정으로 소상공인이 원하는 것은 신청 절차 간소화 따위가 아니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지원금인데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듯하다.

최근 소상공인들은 업계 최대의 축제인 '소상공인의 날(11월 5일)'을 맞았지만, 분위기는 한없이 우울하기만 했다. 예년 같으면 전국 각지에서 지역별 행사와 소상공인들의 우수제품 판매와 전시, 재능기부 등이 어우러진 행사와 함께 메인 행사인 소상공인대회가 정부 차원에서 진행됐을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관련 행사들이 모두 연기됐다. 소상공인 유관 부처인 중기부는 별도의 행사를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가 나서질 않으니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법정 경제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도 담화문을 통해 간단한 입장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근본적으로는 국회에 발의돼 있는 소상공인복지법 제정을 통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을 구제해야 할 때다.

소상공인복지법은 지난 6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소상공인이 폐업 이후에도 영세민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은 소상공인에게 긴급한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사유가 끝날 때까지 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산재보험료 등의 보험료 납부 유예를 각 사회보험 관계부처에 요청하거나 보험료 일부를 직접 지원할 수 있다.

실업급여, 근로장려금 등 다양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된 근로자들과는 달리 소상공인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망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장사를 그만두면 당장 백수 신세로 전락하고 사회 극빈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폐업도 서러운데 인테리어를 부숴 원상으로 복구하는 데만 한 층당 1000~2000만원이 들어 빚만 잔뜩 쌓이는 형국이다. 임차 보증금은 밀린 월세로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70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벼랑 끝에 선 폐업 소상공인들을 이대로 방관한다면 결국 국가적 부담만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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