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0.11.27 23:00

탄탄한 세계관·스토리로 MZ세대·펀슈머 취향 저격…빙그레, '빙그레우스' 활용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1.5배 늘려

가수 이효리가 올해 혼성 그룹 싹쓰리의 '린다G'와 환불원정대의 '천옥'으로 활동했다. (사진=놀면뭐하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1 그룹 싹쓰리의 '린다G'가 '비룡'이 광고하는 새우깡을 집어 먹는다.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비룡(가수 비)이 농심 새우깡, 감자깡 등 '깡 시리즈'의 광고 모델이 된 후 지난 7월 깡 스낵 합산 매출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월 평균 판매액인 71억원보다 40% 이상 성장한 수치다. 

#2 '천옥'이 속한 4인조 걸그룹 '환불원정대'의 음원은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천옥을 탄생시킨 '놀면 뭐하니-환불원정대' 시리즈는 닐슨 코리아 2049 시청률 토요 예능 부문 전체 1위를 차지하며 화제가 돼 광고주의 러브콜을 받았다.

대중에게 익숙한 가수 이효리는 올해 2개의 '부캐(부캐릭터)'를 이용한 새로운 이미지로 방송가를 종횡무진했다. 이런 부캐 열풍은 방송가를 넘어 기업 마케팅으로 번지고 있다.

부캐란 본래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이 주로 사용하던 계정이나 캐릭터가 아닌 새롭게 만든 부차적 캐릭터를 말한다. 이는 올해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의미의 2020년 트렌드 키워드 '멀티 페르소나'와 결합해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서 제2의 캐릭터를 만들고 이에 맞춰 활동하는 부캐 시대를 열었다. 

부캐를 사용하면 평소 모습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모습, 캐릭터로 행동할 수 있다. 시초는 지난 2018년 등장한 래퍼 '마미손'이었다. 유명 래퍼 '매드클라운'은 핑크색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신인 래퍼 '마미손'인 척 변장해 활동했다. 대중은 두 래퍼를 동일한 인물로 인지했지만, 둘은 서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국내에서 유명인이 자신의 캐릭터가 아닌 부캐릭터로 활동한 첫 사례다. 

개그맨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분한 것은 부캐 유행의 도화선이 됐다. 개그맨 김신영은 자신의 이모를 표방한 '둘째이모 김다비'로 기존 대비 10배 이상 수익을 올렸다. 만 93세인 원로 MC 송해는 부캐릭터에만 집중한 프로그램 '부캐 선발대회'에서 가수 '아리송해'가 돼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빙그레의 부캐릭터 '빙그레우스'가 투게더리고리경을 치하하고 있다. (사진=빙그레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빙그레의 부캐릭터 '빙그레우스'가 빙그레 왕국의 '투게더리고리경'을 치하하고 있다. (사진=빙그레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 '빙그레' 이어 '롯데'까지…부캐 성공시대

부캐 유행은 광고 마케팅 시장으로 번졌다. 지난 2월 말 빙그레는 공식 SNS를 통해 머리에 바나나 왕관을 쓴 빙그레 나라의 왕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맛있어)'라는 만화 캐릭터를 선보였다. 웹툰처럼 연재되는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빙그레의 제품명을 딴 '투게더리고리경', '호위무사 더위사냥' 등 다양한 부캐가 등장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 마케팅은 MZ 세대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 기존 9만 7000명이던 빙그레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15만까지 급격히 끌어올렸다. 국내 식품회사를 통틀어 빙그레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1위다. 마케팅의 성공은 매출로 이어졌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빙그레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1% 상승했고 매출액은 7.4% 올랐다.  

롯데 또한 부캐 마케팅에 합류했다. 롯데렌터카 광고에서는 개그맨 신동엽이 렌터카 업체 '신차장'이라는 부캐로 출연해 새로 출시하는 '신차장 다이렉트'를 홍보했다. 이 광고는 영화 '해바라기'와 '아저씨'의 명장면인 심각한 상황 속에 눈치없는 신차장이 난입해 영화의 무거운 위기를 반전시킨다. 

해당 광고 영상은 유튜브에서 각각 조회수 319만회와 189만회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이를 통해 롯데렌터카는 새로운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데 성공했다. 

대상 제품 미원의 부캐 '흥미원(왼쪽)'과 큰맘할매순대국의 부캐 '순자'. (사진=미원, 큰맘할매순대국 공식 인스타그램)

◆ 식품·외식업계 부캐 마케팅 돌입…유행 언제까지?

이런 성공 가도에 국내 식품·외식업계에서도 앞다퉈 부캐 마케팅에 참여하고 있다. 대상은 지난달 5일 자사 제품인 미원의 부캐로 '흥미원'을 내놨다. 흥미원은 '흥'으로 세상사는 맛을 낸다는 캐릭터로, SNS와 광고 영상 속에서 그는 흥겨운 춤을 추며 미원을 홍보한다.

BHC가 운영하는 큰맘할매순대국도 부캐 '순자'를 내놓았다. 큰맘할매순대국은 순자의 일상을 다룬 '큰맘할매일기' 등을 운영하며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부캐 마케팅의 강점은 기존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이미지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이미지를 지우고 싶지는 않지만 새로움을 추가해 소비자의 뇌리에 강렬히 인지돼야 할 때 기업은 부캐 마케팅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제품 라인을 그대로 둔 상태로 신제품을 출시할 일이 많은 기업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다. 과자, 즉석 식품 등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다른 신제품을 자주 출시해야하는 식품·외식업계에서 부캐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이유다.  

잘 구축된 탄탄한 세계관에 고유의 스토리 라인을 가진 것도 강점이다. 소비자는 캐릭터가 가진 사연에 몰입해 자연스럽게 팬덤을 형성하고 상품을 소비한다. 소비자는 스토리를 쫓아가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인다. 부캐는 캐릭터 굿즈를 제작해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에 더해 가치와 재미를 중시하는 MZ 세대에게 부캐는 기존의 것이 틀을 깨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가치'와 컨셉을 통한 스토리 구성이라는 '재미' 측면에서 충족된다. 재밌는 것을 구매하는 소비자 트렌드 '펀슈머'와도 맞닿아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에 진입하며 온라인 바이럴이 증가하는 가운데 제2캐릭터 등을 활용한 부캐 열풍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캐 마케팅을 활용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요즘은 일반 직장인도 자신만의 '부캐'를 가지길 원하는 시대"라며 "지루하고 올드하게 느껴지던 기업이 부캐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자체에 소비자는 의의를 두는 것 같다. 색다르다는 신선함과 재미가 곧 소비로 이어지는 형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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