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11.28 10:35
모센 파크리자데 (사진제공=IRNA통신)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2000년대 초반까지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과학자가 암살 당했다.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을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고 복수를 다짐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27일(현지시간) 국방부의 연구·혁신 기구 수장이자 핵 과학자인 모센 파크리자데가 수도 테헤란 인근 소도시 아브사르드에서 테러 공격을 받아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먼저 폭발음이 들렸고 뒤이어 기관총 소리가 들렸으며 테러 공격을 감행한 서너 명이 경호원들과 총격을 벌이는 와중에 사살 당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전했다.

이란 국방부도 파크리자데는 부상한 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료진이 소생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파크리자데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란이 진행한 핵무기 개발 계획인 ‘아마드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서방의 정보기관은 그가 민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가장해 핵탄두를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유엔 보고서에 파크리자데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기술 획득을 위해 노력했으며 여전히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로 기술됐다.

암살 사건은 이란이 평화적인 에너지 획득이든 핵무기 제조든 필수적 과정으로 주목되는 우라늄 농축에 열중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6개 열강이 체결한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시기에 일어난 일이어서 주목된다.

바이든 당선인이 이란과의 핵합의를 다시 작동하려고 하는 상황, 이스라엘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 파크리자데가 암살 당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8년 자국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테헤란 남서부 슈러브드 지역의 비밀시설을 급습해 확보한 핵 개발 관련 기밀 자료를 공개하면서 파크리자데를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마드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란 핵과학자 파크리자데가 2018년에도 SPND라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비밀 조직의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크리자데라는 이름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파크리자데 암살의 배후자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 혁명 수비대 (IRGC) 사령관은 "'범죄'의 가해자들은 확실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범죄는이 영광스러운 길을 계속하겠다는 이란인의 결의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가해자에 대한 심각한 복수와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흐무드 알라비 이란 정보부 장관은 "암살을 저지른 테러범을 색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라며 "범죄 가해자들에게 순교자의 피로 복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국방부는 파크리자데 암살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27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근처 아브사르드에서 테러 공격을 받고 암살된 이란의 2000년대 핵개발 책임자 모센 파크리자데를 2018년 4월 3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 연설 도중 여전히 이란의 핵무기 제조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인물로 지목하고 있다.AFPTV 동영상 캐버 연합뉴스
2018년 4월 3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 연설 도중 이란의 핵무기 제조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인물로 모센 파크리자데를지목하고 있다. (사진=AFPTV 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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