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11.30 17:14

정 총리 "모든 국민, ‘하루에 한 명 안부 묻기’처럼 주변 살피는 작은 배려 실천해달라"

정세균 국무총리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조정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조정실)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30일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인들이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채 우울감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며 “더구나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가 가져올 후폭풍이 어느 정도나 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해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 2000년대 초의 카드대란 직후에 이미 우리는 자살률 급증현상을 경험했었던 만큼 지금부터 자살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지속된 코로나 확산으로 자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실시한 ‘코로나19 국민정신건상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9월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은 13.8%로 지난 5월(10.1%)보다 3.7%포인트 높아졌다. 2018년(4.7%)에 비해서는 9.1%포인트 급상승했다.

정부는 코로나에 따른 자살위험을 일반 국민, 취약계층, 고위험군 등 3단계로 세분화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했다.

모든 국민의 코로나 우울 관리를 위해 우울증 검진체계 및 심리지원을 강화한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비대면 자가진단을 보편화하고 언제라도 마음의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상담 인력과 대응체계를 대폭 확충한다.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위기 요인에 적극 개입해 선제적으로 자살을 예방한다. 아동·노인·장애인 등 돌봄 종사자 감염 시에는 사회복지시설 대체인력을 우선 투입해 공백을 해소한다. 중증정신질환의 조기발견·개입을 통해 청년들의 정신질환 만성화를 예방하고 위기 청소년에게 상담, 보호, 의료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소년안전망팀도 확대한다.

실업자와 구직자 중 심리안정이 필요한 대상에게는 전국 57개 고용센터를 통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적극 연계해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할 계획이다.

콜센터 등 감정노동 고위험 사업장 예방체계 구축을 위해 컨설팅과 사업장 감독을 강화하고 위기노동자를 위한 직업트라우마센터는 확충한다. 이외에도 연예인 자살예방 민관 협의체 를 신설해 연예인·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비공개 심리상담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자살시도자 등 자살 고위험군에 대해 긴급한 경우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도 사례관리 대상에 포함·개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갑질·성폭력·금융사기 등 고위험군 방문이 많은 기관은 상담인력을 직접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내원할 경우 사후관리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을 확대하고 전국 어느 응급실에 내원하더라도 사후관리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관련 행위에 건강보험 수가를 내년 시범적용한다.

이 같은 정책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을 설립하고 지역의 자살예방센터 인력도 확충한다.

정 총리는 “최근 들어 20·30대 여성과 학생의 자살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며 “20·30대 여성의 경우 일자리 상실, 우울과 고립감 심화, 돌봄 부담 등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심리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갖추고 필요한 도움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보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여성·가족 지원기관과 자살예방 전문기관간 연계를 통해 여성 자살예방 상담을 강화한다. 또 ‘20·30대 위기여성 종합 지원프로그램’으로 심리·정서 지원을 위한 자조모임과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고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한 사회관계망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한다. 무급휴직 중인 청년 여성과 프리랜서 등을 발굴·지원하고 경기단절 여성에 대한 인턴제도도 확대한다.

아이돌봄 서비스와 공동육아나눔터 등 대안적 돌봄기능을 확대해 남녀가 함께 돌보는 평등한 상호돌봄 문화를 확산한다. 이외에도 세분화된 성별·연령별 분리통계를 생산해 근본적인 원인 분석을 지속하면서 여성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자살예방 정보를 널리 홍보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가정내 활동 증가로 가족간 갈등이 늘어나고 있는 학생에 대한 대책도 논의했다. 정 총리는 “코로나로 두 학기 연속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우리 학생들은 학업과 친구관계 모두에서 큰 상실감을 겪고 있다”며 “가정과 학교에서 학생의 발달단계에 맞는 생명존중 교육을 강화하고 정신건강 위기학생에 대한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비 지원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학생에게는 학생 발달단계에 맞는 자살예방 교육을 확대(연간 4시간→6시간)하고 교사에게는 생명지킴이 교육을 의무화한다. 부모에게는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해 자녀와 소통하는 법 등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정신건강에 대한 민감도를 높일 계획이다.

의료 취약계층 지역의 정신건강 위기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부모 교사 학생을 대상으로 컨설팅하는 ‘학교 방문 사업’을 추진한다. 청소년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24시간 제공하는 모바일 정신상담 시스템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 기능을 추가해 학생들의 자살 징후를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지원기관에 연계할 계획이다.

정 총리는 “자살은 우리 사회 모두의 노력이 모아질 때 줄여나갈 수 있다”며 “국민적 연대와 협력으로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재난에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고 있듯이 자살문제 역시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들은 ‘하루에 한 명 안부 묻기’와 같이 주변을 살피는 작은 배려를 실천해 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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