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2.03 19:40

저출산·저수입으로 비인기과로 전락…빅5병원도 정원의 절반 못채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 (사진은 미숙아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 (사진은 신생아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소아청소년과가 위기다. 올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대부분의 대학병원 소청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 가운데 18개 대학병원은 아예 단 한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해 파란이 일고 있다. 인기과와 기피과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는 있지만 이런 지경에까지 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 의료계의 탄식이다.

이번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전혀 없는 대학은 전국에 걸쳐 모두 18개 병원에 이른다. 서울에서는 고대 안암병원과 구로병원, 건국대, 강동경희, 한양대병원, 단국대병원이 전공의를 받는데 실패했다. 지방 수련병원의 경우엔 영남대, 울산대, 을지대, 동아대, 원광대병원이, 지방 국립대병원은 경북대과 충남대, 충남대병원을 지원한 전공가 전무했다.

빅5병원도 전공의 지원자들이 외면한 건 마찬가지였다. 서울대병원은 16명 모집에 14명이 지원해 간신히 체면치레했고, 서울아산병원은 8명 중 4명, 삼성서울병원은 8명 중 3명,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3명 중 3명만이 지원하는데 그쳤다.

물론 모자라는 전공의는 후반기에 추가로 뽑을 수 있다. 인기과를 지원해 떨어진 전공의들이 대상이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외에도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외과계 등도 미달사태를 면치 못해 소아청소년과에 얼마나 지원할지는 미지수다. 후기 모집에서도 전공의를 받지 못하면 추가로 보충할 방법은 없다.

전공의 기피는 저출산과 관련이 있다. 산부인과와 함께 동반 기피현상을 보이는 이유다. 이는 의사들의 수입과도 직결된다. 실제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환자들의 내원일수가 줄고, 요양급여비에도 다른 과들이 10%로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데 비해 소아청소년과는 답보상태다.

문제는 전공의가 부족한 대학병원 의료진의 근무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진다는 사실이다. 진료는 물론 교육과 연구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전공의가 부족해 교수들과 남은 소수의 전공의만으로 의국을 운영하다보면 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당직실에서 근무를 마치고 숨진 사례가 우연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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