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12.18 19:25

해군 운용 와일드캣보다 훨씬 커 이착함 '불안'…12대 기체 비용만으로 사업비 9600억 초과 '우려'

MH-60R 시호크. (사진=국방뉴스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군은 새 해상작전헬기 기종으로 그간 유력하게 검토되던 유럽 레오나르도의 AW-159 와일드캣을 제치고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MH-60R 시호크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군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기존 함정과의 결합 문제, 착함 방식의 차이, 가격 변동성, 록히드마틴의 약속 위반 전력 등을 놓고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기존 함정과의 결합에서 문제 발생 가능성…강제 착함 방식도 와일드캣과 달라

지난 15일 방사청은 제 13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2025년까지 총사업비 9600억 원을 투입해 시호크 12대를 들여오기로 했다.

현재 시호크는 미 해군을 포함해 호주와 덴마크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현존하는 해상작전헬기 가운데 가장 많은 300여대의 양산대수를 자랑한다.

앞서 해상작전헬기 1차 사업 때도 시호크는 후보기종이었지만 가격경쟁력에 밀려 레오나르도가 선정됐다. 하지만 이번 2차 사업 때는 반대로 성능 및 운용유지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장점을 내세우면서 우리 군의 선택을 받았다. 반면 유럽 레오나르도가 제작하는 AW-159 와일드캣은 현재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기종이라는 이점을 안고도 실물 평가 없이 도입이 진행됐다는 점 등의 문제로 이번 선정 과정에서 탈락했다.

성능으로만 본다면 방산추진위원회는 최상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속도와 레이더 성능만 뺀다면 MH-60R이 모든 면에서 우세하다는 게 방산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해군 내부에서는 체공 시간이나 무장 탑재량(페이로드)에 여유가 있어 융통성이 늘어나는 이유를 들어 시호크를 계속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호크는 원래 육상 다목적 헬기로 개발된 UH-60 블랙호크를 해상 군함에서 운용하기 위해 개조해 만든 해상작전헬기다. 

길이 19.76m, 높이 5.18m, 최대속도 시속 250㎞, 최대항속거리는 1110㎞다. 어뢰와 공대함유도탄 등으로 무장하고, 적 잠수함 탐색용 디핑소나(dipping SONAR) 및 소노부이를 탑재한다. 한 번 이륙 시 4시간가량 작전할 수 있다.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시호크 기종 자체가 대형이기 때문에 기존 함정과의 크기 차이로 인한 결합요소에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시호크를 위해 기존 함정을 개조 공사가 필요하고 건조 중인 신형 함정은 설계를 다시 해야된다. 이에 대해 록히드마틴은 기존 함정에 충분히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물론 우리 해군 역시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전력화 예정인 신형 호위함과 구축함은 비행갑판이 커지면서 MH-60R이 뜨고 내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이미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한·호주 해군 연합훈련 당시 호주 해군이 운용중인 MH-60R이 해군의 호위함 전북함에 이착함을 성공적으로 실시한바 있다.

반면 해군 조종사 출신 예비역들 간에는 착함 시 최소한의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한 예비역 헬기 조종사는 "가까스로 들어간다고해도 최소한의 안전 공간이 부족하다"며 "아반떼 차고에 제네시스를 집어넣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MH-60R은 해군이 운용 중인 와일드캣보다 길이는 4.47m 길고 높이는 1.5m나 높다.

이뿐만 아니다. 시호크는 악천후 상황에서 사용하는 안전장치의 하나인 강제 착함 방식이 기존과 다르다. 

미군은 접근한 헬기에 와이어를 걸어 끌어내린 뒤 유압으로 격납고까지 집어넣는 방식(RAST:Recovery Assist, Secure and Traverse)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 해군이 현재 사용하는 유럽제는 비행갑판 부근에 접근한 헬기를 갈퀴로 잡는 하푼(HARPOON) 방식이다.  

시호크를 도입하면 비행갑판 확장뿐 아니라 선미 무게중심에서 선실 배치와 기능 배분까지 재설계해 새로 만들거나 크게 개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덴마크 해군이 도입한 MH-60R에서는 우리 해군이 쓰는 하푼 착함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큰 불편함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가격 변동성이 적지않다는 점이다.  

방사청이 지난 2019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당 도입 가격은 AW-159가 534억 원, MH-60R은 787억 원이다. 12대를 도입할 경우 기체 비용으로만 AW-159가 6408억 원, MH-60R 9444억 원이 필요하다. 총사업비의 20∼30%인 운영 지원 비용을 더하면 상승된 가격을 맞추기 어려울 수도 있다. 

추후 사업비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일부 무장과 항전 장비를 뺀 채 본체 위주로 들여올 가능성도 있다. 결국 예산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록히드마틴, 약속 위반 전과 있어 …방사청, 책임 소재·손해배상 규정까지 규정해야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해외방산기업이 약속을 일방적으로 회피할 경우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록히드마틴은 약속 위반 전력이 있는 회사다. 

록히드마틴은 지난 2013년 우리 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자사 제품인 F-35A가 선정되자 절충교역(군수품 수출국이 수입국에 기술 이전 등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군사통신위성 1기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늦추었던 장본인이다. 당초 약속과 달리 상당히 무리한 비용 분담을 요구했고 사업을 1년 6개월이나 중단하고 지연시켰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지난 2016년 11월 제9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록히드마틴사의 F-35 전투기를 도입하기로 한데 대한 절충교역의 하나로 추진되다 중단된 '군사통신위성 프로젝트'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이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젝트 지연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 조건으로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혀 록히드마틴을 봐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방사청은 기존 계약 금액이 얼마인지, 현재 사업 추진비가 얼마까지 상승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행히 록히드마틴이 뒤늦게 제공한 '아나시스 2호'(Anasis-Ⅱ)로 한국은 세계에서 10번째로 군사전용위성 보유국이 됐다.

방사청은 앞으로 이런 절충교역의 먹튀를 막기 위해 높은 사업의 경우 계약이행보증금(계약금액의 10% 이상)에 지체상금의 최대금액(계약금액의 10%)을 더한 금액으로 높였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방산기업들에 대한 이행력을 높이려면 지체상금 면제기준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체상금이란 방산기업이 납품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방위사업청에서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아울러 국내 방산기업과 국외 방산기업에 부과한 지체상금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며 면제기준의 모호성도 지적하고 있다. 방산기업의 지체상금 면제사유를 명시한 국가계약법 26조에는 천재지변, 정부시책, 수출국의 파업.화재.전쟁, 국가의 사유로 발견치 못한 기술보완, 규격변경 등을 명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업체에 대한 규정이 상황에 달라지게 되면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까지 휘말릴 수 밖에 없다"면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향후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사청이 계약과 책임 소재, 불이행 시 손해배상 규정까지 확실하게 마무리할 필요가 크다는 것이 방산업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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