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2.24 11:05

서울성모병원 장기육·정해억 교수팀, 77세 여성 5일만에 건강하게 퇴원

시술 받은 박모 환자(가운데)와 장기육(왼쪽), 정해억 교수.
시술 받은 박모 환자와 장기육(왼쪽), 정해억(오른쪽 끝)교수 .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경피적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을 동시에 이식하는 고난도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장기육·정해억 교수(순환기내과)팀은 중증 승모판폐쇄부전증과 대동맥판막협착 등 복합질환을 앓고 있는 77세 박모(여)씨에게 경피적 시술로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을 동시 교체해 건강하게 퇴원시켰다고 24일 밝혔다.

경피적 승모판막치환술(TMVR)은 사타구니의 대퇴정맥으로 가느다란 도관을 집어넣어 심장의 우심방으로 접근한 뒤 심방중격(우심방과 좌심방 사이의 벽)에 구멍을 뚫고 인공판막을 승모판에 삽입하는 시술이다. 대동맥판막을 교체하는 것보다 시술기법이 까다로워 국내에선 시도되지 않았었다.

환자는 10년 전 중증 승모판막협착증으로 가슴을 여는 수술인 승모판막치환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갑작스레 찾아온 승모판조직판막 이상으로 역류현상이 심해지면서, 폐부종과 늑막삼출(늑막에 액체가 고이는 상태)이 발생해 입원한 상태였다. 게다가 대동맥판막협착증도 동시에 앓고 있었다.

승모판폐쇄부전증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 승모판막이 잘 닫히지 않아 혈류가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역류되는 질환이다. 또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이름 그대로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피가 유출되는 부위의 판막이 잘 열리지 않는 질환으로 환자는 그동안 약물로 근근히 생명을 유지해 왔다.

환자는 당장이라도 승모판막치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령의 나이와 쇠약정도가 심하고, 체외순환으로 심장을 멈추게 하는 판막수술을 한 차례 받은 적도 있어 동시시술 결정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장 교수팀은 이미 두 차례 다리정맥으로 승모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 승모판막치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경험이 있다. 또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는 타비시술(TAVI)도 다양하게 경험했다.

장 교수팀은 두개의 판막을 경피적으로 치환해야 한다고 결정하고, TAVI 시술을 시행한 뒤 바로 이어 경피적으로 승모판막을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환자는 빠르게 회복됐다. 박씨는 5일 만에 건강한 상태로 걸어서 퇴원했다.

장 교수는 “타비시술의 경험과 경피적 승모판막이식술의 연이은 성공으로 동시 치환시술이 가능했다”며, “평균 수명이 늘면서 고난도 심장질환자가 증가해 안전한 시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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