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0.12.25 18:45

QM6 전용 카텐트 작년보다 33배 더 팔려…개조 캠핑카도 작년보다 2배 늘어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차박을 즐기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공식 홈페이지 캡처)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차박을 즐기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공식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코로나19가 부채질한 '차박 열풍'이 올해 여가·문화 분야를 넘어 자동차 시장까지 휩쓸었다. 

차박(車자동차+泊숙박)이란 자동차를 베이스캠프 삼아 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르면서 여행이나 캠핑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개인 자가용을 활용해 숙박업소 등 실내 시설을 이용할 필요가 없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면서도 여행과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코로나19 시대의 대안적 여가 트랜드로 급부상했다

차박의 인기는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크게 올랐다.

네이버 '차박' 검색량. (자료=네이버 데이터랩)*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해 상대적 변화를 나타냄.
네이버 '차박' 검색량. (자료=네이버 데이터랩)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해 상대적 변화를 나타냄.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해당 사이트의 '차박' 검색량을 조사한 결과 2월 말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증가해 9월에 정점을 찍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하반기 차박의 인기에 대해 "(사람들이) 코로나19의 종식을 소극적으로 기다리며 여가활동을 피하는 것에서 나아가 코로나19와 함께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에 나선 것"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여행 등 외부 활동 자체를 전반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였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억눌렀던 옥외 활동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며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차박에 대한 수요도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직장인 등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힐링이나 휴식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 차박의 인기를 증폭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매주 주말 차박을 즐긴다는 신 씨(32세)는 "올여름 생애 첫 차를 장만한 뒤부터 평일 동안 업무로 지친 마음을 주말에 떠나는 차박으로 달래고 있다"며 "차 뒷좌석 공간을 이용해 만든 간이침대에 누워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는 게 최근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령별 차박 검색량도 30대가 가장 많았다. 일상이나 업무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머무르며 여유를 즐기길 원하면서도 자가용을 구입할 여력이 있어 차박 문화를 즐기기에 적합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차박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차박을 즐기는 내용의 '바퀴 달린 집', 차박 가이드를 캐치프라이 삼아 차박용 개조 캠핑가 등을 소개하는 '나는 차였어' 등 차박 관련 TV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지난 8월 내내 바퀴 달린 집이 케이블 예능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차박 관련 콘텐츠는 시청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캠핑용 자동차에 관한 규제 완화도 차박이 유행하는 데 한몫했다. 검색량이 늘기 시작한 시기인 지난 2월 28일을 기점으로 캠핑용 자동차의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관리법'이 일부 개정돼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가능했던 캠핑용 자동차 제작이 승용차, 화물차는 물론 소방차 등의 특수차로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캠핑카는 취침 시설(승차정원만큼), 취사, 세면 등의 시설을 두루 갖춰야 했던 이전과 달리 취침 시설(승차정원의 1/3 이상, 변환형 소파도 가능) 외에 취사, 세면 시설 등 캠핑에 필요한 시설을 1개 이상만 갖추면 되는 등 캠핑카 개발 관련 기준도 완화됐다. 

◆차박 열풍에 자동차 시장 '들썩'…최대 수혜자는 12만대 팔린 SUV

현대차 팰리세이드(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SUV 팰리세이드.(사진=현대자동차)

차박의 인기는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지형을 바꿨다.

차박 열풍으로 취침 및 휴식 공간 확보가 쉬워 차박에 적합한 SUV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지난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1~11월) 국내 SUV·레저용 차량의 판매량(65만3880대)이 세단 판매량(60만6231대)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같은 날 발표된 국내 5개 완성차 회사의 올해(1~11월) 실적 분석 결과를 봐도 팰리세이드 등 대형 SUV의 내수 판매량 상승이 두드러진다. 2019년 7만5154대에 머물렀던 대형 SUV의 내수 판매량(픽업트럭 제외)은 올해에 지난해보다 62% 증가한 12만2025대를 기록했다.

국산 대형 SUV가 10만대 넘게 판매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2018년 누적 기준 14개 차급 중 판매량 12위였던 대형 SUV는 지난 11월 기준 6위까지 순위가 올랐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티볼리, QM6 등의 시세가 하반기 들어 꾸준히 상승하는 등 SUV의 인기가 뜨거웠다.

차박 관련 차량용 액세서리 매출도 상향 곡선을 그렸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10월 에어매트, 카텐트 등, 차박에 쓰이는 액세서리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30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QM6 전용 카텐트의 매출액이 작년 대비 33배 증가했다. 지난 6월 출시된 XM3 전용 에어매트도 출시 이후 매달 평균 10% 이상씩 판매량이 늘었다.

◆차박 이용자 개조캠핑카 선호↑…자동차 튜닝 시장 '활기'

배우 안보현이 SUV(현대자동차 갤로퍼)를 개조해 만든 캠핑카로 차박을 즐기고 있다. (사진=MBC 나혼자산다 캡처)
배우 안보현이 SUV(현대자동차 갤로퍼)를 개조해 만든 캠핑카 내부. (사진=MBC 나혼자산다 캡처)

자동차 튜닝 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자동차 튜닝이란 자동차의 구조·장치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자동차에 부착물을 추가하는 것을 말한다.

개조 가능 차종 증가 등의 규제 완화와 더불어 SUV·벤 등 대형차를 구입한 뒤 캠핑이 가능하도록 개조해 차박에 사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자동차 튜닝 시장도 호황기를 맞았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관리법 개정이 시행된 2020년 2월 28일부터 8월 말까지 약 6개월간 캠핑카로 개조된 차는 4209대로, 2019년 동기(1201대) 대비 약 3.5배 급증했다. 더욱이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개조된 캠핑카 대수(2195대)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튜닝인증부품의 경우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의 판매 개수(1만7929개)가 작년 한 해 동안 판매된 개수(4076개)의 4.3배에 달했다.

이처럼 차박 이용자들의 자동차 튜닝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활용성 및 경제성 때문이다. 

SUV를 개조해 캠핑카로 이용하고 있다는 김 씨(36세)도 "전용 캠핑카는 평일 회사 출근할 때 이용하기 어렵고, 가격도 매우 비싸다"며 "SUV 같은 공간이 넓은 차를 사서 개조하면 차 한 대로 일상생활이나 차박을 모두 할 수 있을뿐더러 훨씬 저렴해 캠핑카를 사는 것보다 차량 튜닝을 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차량을 전기 설비 및 내부 인테리어 등 기본 설비를 갖춘 세미 캠핑카로 개조한 데 들인 비용은 약 1200만원으로, 차량 구입 비용 2400만원(5인승 밴)을 합치면 약 3600만원 정도다. 

전용 캠핑카의 가격은 천차만별이긴 하나 일례로 '낮은 가격'을 홍보 전략으로 내세우며 현대자동차가 지난 7월 출시한 캠핑카 '포레스트'의 2인승 기본 트림 가격이 약 5000만원대인 것을 보면, 김 씨는 저렴한 가격에 개인 캠핑카를 얻은 셈이다. 

차박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병웅 한국관광학회 회장은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새로운 문화의 방향을 제시한 게 아니라 문화의 흐름을 압축시켰다"며 "차박 문화 역시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안전'을 지키기에 적절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이참에' 더욱 빠르게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점에서 보면 차박의 유행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차박의 인기가 계속되는 만큼 차박에 많이 쓰이는 사용 공간이 넓은 차량에 대한 수요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업계도 SUV 강세 분위기와 자동차 튜닝 시장의 성장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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