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12.30 12:00

임정훈 UNIST 교수 연구팀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국내 연구진이 루게릭병을 억제하는 신경보호 유전자를 새롭게 발견했다.

임정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루게릭 병, 전측두엽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억제하는 유전자인 ‘LSM12’와 ‘EPAC1’을 발견하고 이들의 신경세포 보호 경로를 규명했다.

이 유전자는 루게릭병 환자 신경세포 내 특정 단백질(RAN 단백질)의 비정상적 분포를 교정해 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행성 뇌 질환의 조기진단 및 치료제 개발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세포핵과 이를 둘러싼 세포질 간의 물질 수송은 세포 기능 유지에 꼭 필요하다.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 장애는 최근 각종 퇴행성 뇌 질환에서 신경세포 사멸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임 교수팀은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LSM12’- ‘EPAC1’ 유전자 경로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 경로로 발현되는 단백질(EPAC1)이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 방향을 결정하는 ‘RAN 단백질 농도 차이(농도구배)’를 정상화해 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원리다.

일반적으로 RAN 단백질은 세포핵 내에 더 많지만, 루게릭 병 환자의 경우 세포질로 RAN 단백질 유출되어 비정상적인 농도 차이가 발생한다. ‘LSM12’- ‘EPAC1’ 유전자 경로를 통해 발현된 EPAC1 단백질은 세포질 내 RAN 단백질이 세포핵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도와 RAN 농도구배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킨다.

이종보 UNIST 생명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은 “발견된 유전자 경로의 신경세포 보호 작용을 검증하기 위해 루게릭 병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신경세포를 이용했다”며 “이 유전자 경로를 활성화해 루게릭병 환자 신경세포에서 관찰되는 RAN 단백질의 비정상적 분포와 세포 독성을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LSM12’- ‘EPAC1’ 유전자 경로를 통해 발현된 EPAC1 단백질이 RAN 단백질 분포를 조절하는 세부 원리도 규명했다. EPAC1 단백질은 핵공 복합체와 RAN 단백질 간 결합력을 높인다.

때문에 세포질로 유실된 RAN 단백질은 핵공 복합체에 쉽게 붙잡히게 되고, 핵 안쪽으로 돌려 보내진다.

핵공 복합체는 핵막에 박혀 있는 거대 단백질 덩어리로, 핵-세포질 사이의 물질 교환이 일어나는 통로다.

임정훈 교수는 “세포 내 RAN 단백질의 분포가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에 중요하다고는 알려져 있었지만, 그 분자생물학적 조절 기전이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다”라며 “기존에 그 연관성이 알려지지 않았던 두 유전자가 세포 내 RAN 단백질의 분포를 조절하는 유전자 경로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루게릭 병, 전측두엽 치매와 같은 관련 질환의 예측과 치료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노화 과정의 분자생물학적인 이해를 위한 기반 지식 확립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경배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지원사업과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질환극복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이뤄진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 온라인 판에 지난 23일자로 게재됐다. 

임정훈 교수 (사진제공=UNIST)
임정훈 교수 (사진제공=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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