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12.31 10:15

중국 진출 시 중국기업과 합작 규제 폐지…27개 회원국·EU 의회 비준 받는데 상당한 시일 소요 전망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부터) EU 집행위원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진=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앙겔라 메르켈, 에마뉘엘 마크롱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및 flickr)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중국과 유럽연합(EU)이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이에따라 EU는 중국시장 접근권이 상당히 넓어졌고 중국도 유럽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반면 EU 등 전통적 동맹과의 연대 강화로 대(對)중국 포위망을 좁히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통화를 하고 中·EU 투자협정에 합의했다. 

지난 2014년 1월 협상이 시작된지 7년 만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보다 균형 잡힌 무역과 더 나은 사업 기회를 위해 투자협정 체결 협상을 끝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번 합의는 개방에 대한 중국의 결의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정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시장의 장벽이 상당 부분 걷혔다는 점이다. 협정이 체결되면 유럽 기업들은 전기자동차, 민간병원, 부동산, 광고, 해양산업, 통신 클라우드 서비스, 항공운송 예약시스템과 지상업무 등의 분야에서 중국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국 진출시 중국기업과 합작해야한다는 규제 조건은 폐지됐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차별도 금지된다.

여기에 중국이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후변화에도 적극 동참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번 협정의 내용을 보면 중국이 손해를 보는 협정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기업의 유럽시장 진출도 더 자유로워지지만 이미 유럽시장은 높은 수준으로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동맹인 EU를 끌어안아 미국의 포위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EU 회원국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여왔다.

다만, 이번 투자협정이 EU 27개 회원국과 EU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발효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EU를 향한 미국의 설득과 압박이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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