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1.15 18:16

전문인력 인기과 쏠림현상 심화…환자수 줄어 전문의 포기, 의원 표방 사례 '속출'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우리나라 전문의 수가 2019년 기준으로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를 계기로 질병의 트렌드와 의료기술의 혁신, 지역간 인력불균형 등 의료환경 변화를 감안한 인력양성의 구조적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0년 보건복지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전문의 수는 10만161명이다. 2008년 6만7382명에서 11년 만에 3만2779명이 추가돼 67%의 증가율을 보였다.

가장 전문의 수가 많은 진료과목은 내과였다. 2008년 1만1099명에서 지난해 1만7797명으로 7000여명이 증가했다. 다음으로는 가정의학과 8427명, 외과 7202명, 정형외과 7090명 순이다.

비율로 보면 응급의학과가 가장 많이 늘었다. 같은 기간 615명에서 1986명으로 3배 가까이 배출됐다. 이는 우리나라 병원들의 응급시설 확충과 정부의 지원 확대에 기인한다. 전문의가 감소한 과도 있었다. 예컨대 결핵과의 경우, 191명에서 166명으로, 방사선과는 261명에서 215명으로 전문의 수가 줄었다.

인기과와 기피과의 전문의 증가세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필수과목이면서 비인기과인 흉부외과는 1024명에서 1286명으로 262명이 느는데 그쳤지만 성형외과는 1537명에서 2460명으로, 피부과는 1710명에서 2543명으로 각각 923명, 833명이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또 다른 비인기과인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2008년 5127명과 6025명에서 2019년 7127과 6969명으로 각각 2000명과 940명이 늘어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과목별 전문의 증가세는 정부의 의료인력 수급조절 정책에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우리나라는 전체 의사 중 전문의 비중이 높다. 2018년 기준 면허의사 대비 전문의 비율은 79% 수준에 이른다. 이는 40~60%대의 다른 의료선진국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문제는 전문의 수의 증가가 국민의 건강수준 향상과 비례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전문의 수급의 양극화 현상도 지적된다. 기피과와 인기과, 지방과 대도시의 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년간 전공의 지원에서 기피과인 흉부외과와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등의 전공의 확보율은 항상 미달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비뇨의학과의 경우 수도권에선 97%의 전공의를 확보했지만 비수도권은 44%에 그쳤다. 지방 수련병원은 전공의 수가 0명, 또는 1명만 지원해 교육은 물론 과를 폐쇄해야 할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저출산율로 의료수요가 급감하고 있지만 인력수급 정책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환자수가 줄어들자 전문의를 포기하고 의원으로 표방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그럼에도 매년 동일한 전문의를 뽑고 있어 정책이 시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따르고 있다.

지난해 의료인력수급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지방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외과계열은 전문의가 부족해 고난도 수술과 중증환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는가하면 한쪽에서는 전문의가 일반의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전문의 10만명 시대를 계기로 인력 양극화와 같은 불합리한 현상을 적극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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