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1.21 09:27

연세대의대 권호근 교수팀, 동물실험서 프로바이오틱스 항염증 작용 밝혀

연세대의대 권호근 교수(왼쪽)과 포항공대 임신혁 교수.
연세대의대 권호근 교수(왼쪽)과 포항공대 임신혁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장내미생물(프로바이오틱스)을 이용하면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난치성 피부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세대의대 미생물학교실 권호근 교수팀(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임신혁 교수, 이뮤노바이옴사)은 장내미생물의 조합을 만들어 아토피 및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한 동물에 주입한 결과, 항염증인자가 크게 감소하는 등 장내미생물의 치료효과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장내미생물은 10여 년 전부터 의학계의 뜨거운 연구 테마다. 개인마다 다른 장내미생물이 각종 질환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이를 이용하면 난치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설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소화기나 호흡기질환, 감염질환은 물론 암이나 비만,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우울증과 치매와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교수팀은 개체가 가지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피부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먼저 실험동물(마우스)에서 장 유래 면역세포를 분리했다. 그리고 이를 다양한 장내 미생물과 함께 배양한 뒤 면역학적 특성에 따라 세분화했다.

교수팀은 이렇게 분류한 장내미생물 중 면역억제기능 균주를 다시 선별해 최종적으로 항염증 기능을 가진 장내 미생물 조합 5종을 찾았다. 5종은 Lactobacillus casei, Lactobacillus acidophilus, Lactobacillus reuteri, Bifidobacterium bifidum, Streptococcus thermophiles인 IRT5이다.

연구팀은 IRT5의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해 집진드기를 이용한 아토피피부염과 접촉성피부염 유발 동물모델에 장내미생물을 투입하고, 피부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IRT5 투여군에서 염증세포의 조직 내 침투, 병리학적 면역인자 등 모든 염증인자 측정치가 대조군보다 50% 이상 개선됐다. 염증억제 면역세포인 면역조절 T세포는 대조군에서는 1.8%로 측정됐지만 IRT5 투여군에선 7.5%로 3배 이상 높았다.

특이적 면역조절기전 규명을 위한 무균마우스 실험에서도 IRT5가 장내 특이적 이차대사물질(Secondary metabolite)인 프로피온산(Propionate) 증가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증가된 프로피온산은 면역조절 T세포의 분화와 증식을 유도했다.

현재 환자의 장내미생물 불균형이 염증반응을 유도해 피부염을 악화시킨다는 연구들이 해외에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하면 이러한 염증성 피부질환 치료 역시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권 교수는 “장내미생물의 면역조절 메카니즘이 밝혀지고 있어 이와 관련된 신약개발도 머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의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The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IF 10.228’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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