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1.21 12:58

세브란스 수부이식팀, 17시간만에 혈관·신경 접합…환자는 재활훈련 준비

수부이식팀이 17시간에 걸친 팔 이식을 하고 있다.
수부이식팀이 17시간에 걸친 팔 이식을 하고 있다.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작업 중에 사고로 팔을 잃은 남성에게 뇌사자의 팔이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혈관과 신경을 동시에 잇는 고난도 수술로 손·팔 이식이 법적으로 허용되고 나서 첫 수술로 기록된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수부이식팀(성형외과 홍종원, 정형외과 최윤락,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은 이달 초 뇌사기증자의 팔을 오른팔이 절단된 남성에게 이식해 현재 건강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이식을 받은 사람은 62세의 최모(남)씨로 2년 전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그는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에서 의수를 장착했지만 팔 이식에 대한 치료를 계속 원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장기이식 대기자로 등록한 바 있다.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은 이달 초다. 심정지로 뇌손상이 발생한 기증 뇌사자의 보호자가 이를 동의해 팔을 이식받을 수 있게 된 것.

수술은 지난 9일 오후 1시30분부터 약 17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접합부위는 절단된 손목 바로 위쪽이다.

먼저 홍종원 교수팀은 최씨의 아래팔 절단부에서 피부를 걷어 혈관을 연결할 동맥과 정맥을 찾아 이식을 준비했다. 동시에 최윤락 교수팀은 뇌사자의 팔에서 뼈와 힘줄, 근육, 신경을 박리했다.

이어 이식수술이 진행됐다. 정형외과팀은 미리 계측해 놓은 길이에 맞춰 뼈를 고정하고, 이식한 팔의 손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손등쪽 힘줄을 봉합했다.

최윤락 교수는 “이식된 팔은 정상인 팔과 길이가 같아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며 “여기에다 힘줄과 신경을 봉합하는 삼위일체가 손의 정상적인 기능 회복에 절대적 요건”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성형외과팀에선 팔에 혈류가 통하게 혈관 일부를 연결했다. 혈류가 잘 통하는 것을 확인한 뒤 정형외과와 성형외과팀이 교대로 남은 힘줄과 신경, 혈관들을 차례로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혈류가 잘 통하는지 피부상태를 평가하면서 피부를 봉합했다.

환자는 현재 면역거부반응과 같은 부작용이 전혀 없는 상태다. 또 혈액이 잘 통해 피부가 살아나고, 신경감각도 유지해 재활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홍종원 교수는 “팔은 다른 장기와 달리 뼈, 힘줄, 근육, 신경 등 여러 구조물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또 이어야 하는 혈관 굵기가 2~3 ㎜에 불과해 수술 난도가 높다”며 “그동안 성형외과와 정형외과가 수없이 반복한 협업 훈련이 이런 성공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손·팔 이식은 2018년 8월 법제화됐다. 절단 후 최소 6개월이 지나야 되고, 환자가 등록된 병원에서 심장과 간, 신장, 폐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뇌사자에게서만 손·팔을 기증받을 수 있다.

최윤락 교수는 “손발이 가지고 있는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사지 이식의 목적”이라며 “환자는 앞으로 밥을 먹거나 세수하고, 옷을 입고, 문손잡이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일상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 수부이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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