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4.20 15:19
대만 고궁박물원이 소장하고 있는 옥돌 배추. 대륙의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유물이다. 옥은 사람의 귀하고 굳센 성품을 상징하는 돌이다. <사진=대만 고궁박물원>

돌멩이가 불에 탈까. 아주 높은 온도라면 가능하겠다. 귀한 옥돌과 쓸모없는 돌멩이 함께 죄다 태워버리는 일을 옥석구분(玉石俱焚)이라 했다. 제대로 값어치를 따져 챙길 거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모두 함부로 없애는 일이다. 그 옥석(玉石) 한 번 살펴보자. 예전 글을 다시 만진다.

자고로 귀함의 상징은 쇠붙이로는 금(金)이요, 돌로서는 옥(玉)이다. 옥은 무르고 딱딱함의 두 종류로 나뉜다. 무른 옥인 연옥(軟玉)은 백옥(白玉), 청옥(靑玉), 벽옥(碧玉), 황옥(黃玉), 묵옥(墨玉)이다. 이 연옥은 각섬석(角閃石)이라는 광물이 주성분이다. 각섬석은 암갈색과 검은색, 녹흑색을 띤 광물로서 암석(巖石)을 구성하는 이른바 ‘조암(造巖)’ 물질이다.

딱딱한 옥, 경옥(硬玉)에는 비취(翡翠)와 남양옥(南洋玉) 등이 있다. 동남아시아 등 열대 인근에서 나오는 옥이다. 검은 녹색 등을 띠는 조암물질 휘석(輝石)으로 이뤄져 있다. 연옥이나 경옥 모두 귀했다. 구하기 쉽지 않고 산지(産地)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늘 보석(寶石) 대접을 받아왔다.

옥의 덕목(德目)은 여러 가지다. 순결(純潔), 온윤(溫潤·따뜻하고 윤택함), 고귀(高貴), 미호(美好·아름답고 좋음)의 상징이다. 그런 까닭에 사람이 손에 쥐거나 몸에 지니는 물건 가운데 최상품의 것에는 늘 옥이 따라 붙는다. 옥으로 칼을 만들면 옥도(玉刀)요, 도끼를 만드니 옥부(玉斧)다. 도장을 만든다면 옥새(玉璽)고, 부처 형상을 지으니 옥불(玉佛)이다.

그래서 의젓한 사람의 총칭인 군자는 “늘 옥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君子必佩玉)”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진 말이 빙심옥호(氷心玉壺)다. 당 나라 시인 왕창령(王昌齡)이 “낙양 친구들이 (나에 대해) 물으면, 얼음처럼 깨끗한 마음이 옥주전자에 담겨 있다고 전해 달라(洛陽親友如相問, 一片氷心在玉壺)”고 쓴 시에서 나왔다. 깨끗하고 순결하며 품격 높은 사람을 일컫는다.

옥은 그래서 사람의 몸을 형용하는 데에도 쓰였다. 옥처럼 고귀하면서 해맑은 얼굴을 옥용(玉容) 또는 옥안(玉顔)이라고 했다. 옥체(玉體)는 부모님께 글을 올리면서 그 편안함을 여쭐 때 잘 쓰던 말이다. 금지옥엽(金枝玉葉)도 귀한 가족 또는 자녀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옥을 닮은 사람들이 옥인(玉人)일 것이다. 옥돌의 좋은 성질에 사람의 됨됨이, 품격, 성정(性情)을 견줘 표현한 말이다. 꿋꿋하면서도 시류(時流)에 상관없이 제 갈 길을 가는 사람이겠다. 그런 사람이 많아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그러나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판 사람들을 보면 실망스럽다. 4.13 총선에서 올라온 이른바 ‘선량(選良)’이라는 사람들의 면모가 솔직히 걱정스러울 정도로 어둡다. 고만고만한 인물 일색에다, 일부는 정치를 통해 제 몸값이나 거두려는 저자거리의 거간꾼 같은 인상이다.

겉모습이 묵직한 화강암, 무늬가 아름다운 대리석, 성질이 부드러워 내장재로 잘 쓰이는 석회석…. 이 정도면 옥돌에는 비할 수 없지만 번듯하게 건축물을 이루는 돌들이다. 그렇지 못한 돌멩이들이 문제다. 잡석(雜石) 말이다. 잘게 부숴 도로 밑, 건축물 지반(地盤)에나 깔아야 좋은 돌들이다.

여당이 벌써 소용돌이친다. 계파의 이익이 맞서면서 소란이 벌어진다. 아무래도 잡석 정도의 깜냥이다. 또 ‘잘 못 뽑은 거 아닐까’라는 걱정이 도진다. 야당도 사정은 만만찮다. 올해도 여의도는 잡석 구르는 소리로 시끄러워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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