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2.03 11:35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지원·박재민 교수팀, 고지혈증 같은 대사질환 관련 유전자 변이 밝혀

복부비만도를 측정하기 위해 배둘레를 재는 이지원 교수
복부비만도를 측정하기 위해 배둘레를 재는 이지원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비만하지 않다고 해서 내당능장애나 고지혈증 같은 대사질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대사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면 체중과는 상관없이 이러한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박재민 교수와 유전체 분석기업인 테라젠바이오 연구팀은 최근 대사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고 3일 밝혔다.

공동 연구팀이 대상으로 삼은 자료는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을 벌이면서 수집한 코호트 자료다. 연구팀은 당시 조사에 참여한 40~79세 성인 4만9915명을 체중(정상체중인 사람과 비만인)과 대사적 위험요인(2개 미만과 2개 이상)에 따라 4그룹으로 나눠 전장유전체연관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을 시행했다.

그 결과, 정상 체중이면서 대사 관련 위험요인이 2개 이상인 그룹에서는 GCKR, ABCB11, CDKAL1, LPL, CDKN2B, NT5C2, APOA5, CETP, APOC1 유전자에서 변이가 관찰됐다. 반면 비만이면서 위험요인이 2개 이상인 그룹에서는 LPL, APOA5, CETP 유전자 영역에서 변이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를 분석해볼 때 LPL, APOA5, CETP 유전자 영역에서 변이가 있으면 체중과는 상관없이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체중이 정상이더라도 GCKR, ABCB11, CDKAL1, CDKN2B, NT5C2, APOC1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대사질환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적정 체중유지나 균형 잡힌 식습관, 꾸준한 운동, 금연 및 금주 등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모든 사람이 대사질환을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사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혈압, 혈당 등 위험요인이 있으면 체중이 정상이라도 대사질환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혈압이나 혈당, 중성지방 등 대사적 위험요인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지, 아니면 유전자 변이가 위험요인을 증가시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지원 교수는“향후 유전자 변이와 대사질환과의 연관성이 밝혀진다면 당뇨병이나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의 맞춤형 예방·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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