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2.08 15:22

전신 쇠약한 삼첨판 폐쇄부전증 환자에 시행…고령화 따라 사례 크게 늘 듯

간초음파를 통해 간정맥에서 하대정맥에 설치한 스텐트 내로 혈류가 원활히 유입되고 있는 모습.
간초음파를 통해 간정맥에서 하대정맥에 설치한 스텐트 내로 혈류가 원활히 유입되고 있는 모습.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심장의 삼첨판이 망가진 환자에게 경피적 대정맥 판막치환술을 성공시킨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보고됐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장기육 교수팀은 중증 삼첨판 폐쇄부전증을 앓고 있는 최모(52세, 여)씨에게 가슴을 여는 수술 대신 경피적으로 대정맥 판막을 갈아끼우는 수술을 한 결과, 환자가 건강을 회복해 지난 2일 퇴원했다고 8일 밝혔다.

최씨는 30대부터 제1형 당뇨병으로 투병생활을 이어오다 7년 전 당뇨로 인한 만성신부전이 악화돼 혈액투석을 받고 있었다. 이때 협심증까지 겹쳐 다른 대학병원에서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삼첨판 폐쇄부전으로 혈류가 상대정맥과 하대정맥까지 역류돼 간과 위장관에 혈액이 정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렇게 되면 장기에 충혈이 심해져 간경화와 위장병증이 진행되므로 생명이 위험하다.

문제는 환자가 수술을 받을 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환자가 체중 37kg의 마른 체격과 오랜 투병으로 심장수술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개흉이 아닌 피부만을 뚫고 진행하는 경피적 대정맥 판막치환술을 결정한 것이다.

경피적 대정맥 판막치환술(CAVI : transcatheter caval valve implantation)은 중증의 삼첨판 역류증 환자 중 수술위험도가 높은 환자가 대상이다.

장 교수는 CT검사 결과를 토대로 하대정맥과 우심방, 그리고 간정맥의 해부학적 구조를 평가한 뒤 적합한 판막을 선택했다. 그리고 대퇴정맥에 가이드 와이어를 통과시켜 판막 이동경로를 확보한 뒤 설치된 유도철선을 따라 30㎜ 경피적 자가확장 판막을 정확히 위치시켰다. 이후 서서히 판막을 펼친 뒤 조영술과 심장초음파를 통해 시술결과를 확인했다. 수술 결과, 인공판막은 정확하게 위치를 잡고, 판막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 삼첨판 폐쇄부전에 의해 하대정맥으로 역류되던 혈류가 새 판막에 의해 성공적으로 차단된 것이다. 

이후 환자는 2월2일 안전하게 퇴원했다.

장 교수는 “경피적 승모판막이식술 성공에 이어 대정맥 판막치환도 경피적으로 시행해 무척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 수술이 고령화로 심장수술이 어려운 심장질환자들에게 안전한 시술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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