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2.16 11:33

여의도성모병원 이한의 교수팀

인공지능이 판독한 소장의 캡슐내시경 병변 이미지.
인공지능이 판독한 소장의 캡슐내시경 병변 이미지.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소장 캡슐내시경 AI(인공지능) 진단기술이 96% 이상의 높은 판독율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로써 소장질환 진단영역의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이한희 교수팀(소화기내과 이보인 교수, 포항공대 산업인공지능연구소 이승철 교수)은 최근 소장 캡슐내시경의 영상을 판독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해 정확도를 비교·분석한 결과, 육안 판독의 정확도를 뛰어넘는 높은 진단율을 보였다고 16일 밝혔다.

캡슐내시경은 알약 모양의 캡슐형태로 만들어진 첨단 진단도구다. 캡슐을 입으로 삼키면 이곳에 내장된 초소형 카메라가 식도와 위장, 소장 등의 영상을 찍어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일반내시경이 들어가기 힘든 소장을 관찰할 수 있어 그동안 일반내시경으로는 불가능했던 소장의 복통, 설사, 출혈 및 빈혈의 원인, 용종, 궤양, 크론병과 소장종양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을 밝혀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문제는 캡슐내시경이 초당 수십 장의 정지영상을 8~12시간 촬영하기 때문에 5만여 장의 영상이 생성된다는 것. 따라서 의사가 이를 일일이 판독하는데 1~2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병변이 작거나 찍힌 영상 숫자가 적으면 진단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2007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시행된 526건의 소장 캡슐내시경 검사에서 7556장의 영상을 추출, 이중 대표적인 소장병변인 ‘출혈성 병변’(적색 점, 혈관이형성, 현성 출혈)과 ‘궤양성 병변’(미란, 궤양, 협착)을 분류해 냈다. 그리고 포스텍 산업인공지능연구실에서 개발한 영상분석 특화 딥러닝기법 중 하나인 VGGNet 기반의 컨벌루션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CNN) 알고리즘으로 영상을 분류해 이를 학습시켰다.

학습 단계에서는 출혈 및 궤양병변을 개별학습시키는 '합성모델', 그리고 전체 영상을 정상·비정상으로만 나눠 학습시키는 '이분형모델' 등 두 가지 방법으로 딥러닝을 진행했다. 또 판독결과를 출력하는 단계에선 Grad-CAM 기술을 적용해 병변부위를 시각화했다.

마지막으로 교수팀은 개발된 알고리즘의 검증을 위해 훈련에 사용되지 않은 5760장의 소장 캡슐내시경 영상과 비교했다. 합성모델과 이분형모델의 판독 정확도를 비교한 결과, 두 모델 모두 96%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특히 합성모델은 이분형모델에 비해 높은 민감도, 즉 소장병변을 더 잘 발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희 교수는 “이번 캡슐내시경 판독 알고리즘 개발로 빠르고 정확하게 소장병변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장의 정상, 비정상 분류를 넘어 개별 병변의 특성 판단과 병변의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실제 임상에서의 효용성 평가를 위한 연구와 함께 의료기기로서의 상용화를 목표로 포스텍과의 공동연구를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Digestive Endoscopy. IF=4.774) 최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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