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3.07 08:00

LG화학·기아·현대重 등 잇달아 참여하면서 올 들어서만 3조 발행…지난해 연간 실적 육박

(사진=환경부 '그린본드 가이드라인' 캡처)
(사진=환경부 '그린본드 가이드라인' 캡처)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최근 글로벌 추세가 '친환경'에 방점이 찍히면서 그린본드(녹색채권) 규모가 무섭게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제조업 중심의 기업들이 그린본드를 속속 발행하면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린본드는 ESG채권 중 하나로,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그린본드의 자금 사용은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및 토지 이용, 청정운송, 생물 다양성 보존 등 친환경 관련으로 제한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행된 그린본드 규모가 벌써 약 3조에 달한다. 2개월 만에 지난 해 말 기준 그린본드 총액에 가까운 규모가 새롭게 발행된 것이다.

주로 금융권 위주였던 발행 주체도 민간기업까지 확장되는 모양새다. 최근 탈탄소·친환경 기류가 산업 전반에 강하게 일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조업 기업들의 그린본드 열풍이 거세다.

그린본드는 일반 채권에 비해 낮은 금리로 친환경 관련 자금 조달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책임투자를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기관 인증을 통해 사업의 친환경성을 공인받을 수 있어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투자자들도 가치투자의 관점에서 그린본드를 매력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등 채권 발행 전 수요예측 조사에서 그린본드에 대한 수요가 기업이 당초 계획했던 발행금액을 훌쩍 웃도는 상황도 곳곳에서 펼쳐지기도 했다.

정부도 그린본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이를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다.

이에 사업구조상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할 수밖에 없는 제조업계는 탈탄소·친환경 추세에 호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주에는 기아, 현대중공업이 그린본드 발행에 나섰다. 

기아는 지난 3일 3000억원 가량의 그린본드를 발행하며 향후 3년간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차량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현대자동차가 발행한 4000억원을 합치면 자동차부문에서만 현재까지 약 7000억원의 그린본드를 선보인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일 친환경 선박 건조 및 기술 개발에 사용할 약 1500억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지난달에는 LG화학이 그린본드와 소셜본드가 결합된 지속가능본드 형식으로 약 82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해 관련 업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이는 현재까지 단일 법인이 국내에 발행한 그린본드 중 가장 큰 규모다.

LG화학은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친환경 원료 사용 생산 공정 건설, 양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증설, 소아마비 백신 품질관리 설비 증설, 산업재해 예방 시설 개선 및 교체,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한 금융지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현대제철도 지난 1월 5000억원가량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현대제철은 본래 2500억원가량의 그린본드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수요예측 조사에서 모집 금액이 2조원을 넘자 발행규모를 2배로 늘렸다. 현대제철은 그린본드로 조달한 자금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 및 기술개발 계획의 일환인 코크스 건식냉각설비(CDQ)도입 및 배기가스 탈황 탈질 및 품질개선 작업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발행하는 글로벌 그린본드도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10억 달러의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그린본드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 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도 미국에서 약 10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해 미국 조지아주에 들어서는 배터리 공장에 대한 공사비를 충당했다.

정부가 '2025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향후 5년간 170조원을 투자하는 그린뉴딜정책을 펼치는 것과 더불어 미국 바이든 행정부 등 세계 각국도 탈탄소 기조를 내세우며 환경 관련 정책 및 규제 등을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 그린본드 규모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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