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3.11 15:16

연세대의대 이상학 교수팀, 좋은 콜레스테롤의 또다른 기능 입증…"식생활 개선·운동으로 심혈관질환 예방해야"

이상학 교수(왼쪽)과 이선화 강사
이상학 교수(왼쪽)과 이선화 강사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고밀도지질단백질)이 막힌 혈관을 대신하는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심혈관질환을 개선한다는 새로운 이론이 입증됐다. 이로써 HDL 수치로 심혈관질환을 가늠하던 기존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의대 심장내과교실 이상학 교수(이선화 강사)팀은 심혈관질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혈관 발달에 미치는 HDL 기능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 등 환자의 심혈관 위험도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HDL수치가 거론돼 왔다. 하지만 근래 들어 HDL 수치나 관련 유전자, 그리고 HDL 수치를 높이는 약제 사용이 심혈관 위험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HDL은 세포에서 사용하고 남은 콜레스테롤 찌꺼기를 간으로 실어 날라 분해시키는 일을 돕는 청소차 역할을 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HDL 수치보다 기능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HDL이 혈관세포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유출하는 기능(콜레스테롤 유출능), 그리고 이 유출된 콜레스테롤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기능(콜레스테롤 역수송)이 활발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낮다는 연구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교수팀은 HDL의 여러 기능 중 ‘새 혈관 생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주제로 삼았다.

연구 대상은 세브란스 심장내과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중 관상동맥이 만성적으로 막힌 226명이다. 이들을 ‘새 혈관이 잘 생성된 환자군’과 ‘혈관 생성이 없거나, 빈약한 환자군’으로 나눠 HDL 기능의 차이를 비교했다. ‘콜레스테롤 유출능’을 측정하고, 이 기능이 새로운 혈관발달에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지를 분석·비교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혈관 생성이 좋은 환자군은 HDL 기능 수치인 콜레스테롤 유출능이 22%로, 대조군의 유출능 20.2%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혼란변수를 보정한 분석에서는 ‘나이가 젊을수록’, ‘HDL 기능이 좋을수록’ 혈관을 잘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표준편차를 이용한 분석에서는 콜레스테롤 유출능이 1-표준편차 높을 때 혈관 생성이 51%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 좁아지면 우리 몸은 막힌 곳과 연결하는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혈액을 공급한다. 주도로가 막히면 골목을 만들거나 확장해 차량을 순환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의학적 용어로는 ‘측부순환’이라고 부른다. 관상동맥처럼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이번 연구는 HDL이 막힌 혈관을 대용할 새 혈관을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상동맥질환 고위험군이라도 HDL을 잘 유지·관리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이상학 교수는 “HDL의 혈관생성 기능이 확인된 만큼 식생활 개선과 운동을 통해 좋은 콜레스테롤을 정상수준으로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심장협회의 HDL 가이드라인
미국 심장협회의 HDL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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