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4.25 16:35

지난 4월 1일 자산 5조원 규모로 분류 돼 대규모기업집단에 새롭게 편입 된 하림·셀트리온·카카오가 직접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좌담회에 참석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이사,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일제히 대기업에 집중된 규제가 기업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막는다며, 조속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홍국 회장 “대기업 규제, 100년기업 탄생 막는다...대기업,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주제 발표를 맡은 김 회장은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와 같은 차별규제를 없애야 기업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다”며 “한국의 경제활동규제(상품시장 규제 수준, Product Market Regulation) 지수는 OECD 최상위 수준”이라며, “OECD 34개국 가운데 터키, 이스라엘, 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최상위권 국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품시장 규제수준이 OECD에서 가장 낮은 네덜란드의 경우 국가 규모가 작고 자원도 빈약하지만 무역규모는 세계 5위 수준이고, 농식품분야에서만 350억불 이상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며, “우리도 네덜란드만큼 규제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회장은 “대기업규제는 OECD 1위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포브스가 선정한 2000대 기업(매출, 수익, 자산, 시장가치 기준)에서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448개인데 이 중 우리나라 기업은 두 개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100년 이상 장수기업은 448개 중 이 중 미국 기업은 152개, 일본은 45개, 영국은 41개, 독일 24개, 프랑스 21개, 스위스 20개, 캐나다 17개, 이탈리아 12개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애플 시가총액의 25%에 불과하고, 현대차도 일본의 도요타의 15% 수준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새로운 대기업은 최근 신규지정된 그룹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비중 및 근로자 숫자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김 회장은 “대동맥이 대기업이라면 동맥은 중견기업, 모세혈관은 중소기업으로 비유할 수 있다”면서, “대동맥이 0.2%, 실핏줄이 99.8%인 비정상적인 혈관 분포로는 건강한 피가 공급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비중을 높여 9070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9070’이란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늘려 중소기업 수가 전체 기업의 90%, 중소기업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70%가 되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그는 “차별규제를 전향적으로 풀어 9070의 기업생태계 조성의 유인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 해소,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경제력 집중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셀트리온 “대기업 규제, 글로벌 경쟁의 걸림돌” 카카오 “새로운 규제만 76개"
하림과 함께 대기업집단에 신규 편입된 셀트리온의 김형기 대표이사도 대기업 집단 지정제도와 규제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공유했다. 김 대표이사는 "혁신산업 분야의 경쟁자들인 해외 다국적 기업들은 이러한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비해 글로벌 시장확보가 수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셀트리온 등 우리 바이오시밀러 업체의 경우 글로벌 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대기업규제 같은 제약을 받으면서 동시에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인 관계로 사업전략 상 한계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대기업집단 문턱을 넘어서면서 당장 정부의 연구개발 세제지원 혜택도 대폭 줄어든다"며 "개별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규제대상이 되기 때문에 중소 계열사 역시 채무보증제한 등이 불가피해 신속한 외부 자금조달 제한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도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홍 수석부사장은 "이번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에 따라 새로 적용받게 되는 규제만 76개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홍 수석부사장은 "글로벌 대기업들은 수백조의 자산 규모와 자본력으로 전 세계 시장을 발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반면 국내 IT 기업은 과거 제조업 위주의 규제 방식을 그대로 적용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유망 스타트업 기업과의 인수합병(M&A)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카오의 계열사로 편입될 경우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스타트업 입장에서 기업활동에 제약이 가해진다고 판단하게 되면 카카오와의 M&A를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홍 수석부사장은 밝혔다.

토론에 참여한 신현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대기업집단 지정을 통한 사전적ㆍ포괄적 규제 방식보다는 사후적ㆍ개별적 규제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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