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3.22 11:17

고대 안암병원 한규만 교수팀, 가사부담 및 직장에서의 역할갈등 여전히 존재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근로시간이 우울증과 자살충동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대의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팀(심리학부 최은수 교수)은 근로시간과 우울증상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장시간 근로가 정신건강 위험도를 유의하게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특히 여성근로자와 저소득층일수록 근로시간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팀이 연구대상으로 삼은 집단은 2014년과 2016년,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응한 19세 이상 근로자(자영업자 및 무급 가족근로자 포함) 7082명이다.

연구팀은 이들의 사회경제적 특성, 근로조건, 건강관련 특성을 분리해 낸 뒤 한국판 PHQ-9을 적용해 우울증상을 평가·분석했다.

그 결과, 주 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주 53~68시간 일하는 근로자의 우울증상 위험은 1.69배 높았으며, 주 69시간 이상에선 2.05배, 자살충동 위험은 1.93배 상승했다. 반면 주 35시간 근로자는 자살충동 위험이 0.55배로 감소했다.

우울증상은 성별과 소득수준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다. 여성과 저소득근로자에서 두드러진 것이다. 예컨대 여성의 경우, 주 53시간 이상에선 우울증상 위험이 1.69배 높은 반면, 남성에서는 근로시간이 우울증상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지 않았다.

또 주 53시간 이상 일을 하는 저소득 근로자는 우울증상 위험이 2.18배 높았다. 이에 반해 고소득 근로자에서는 1.61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자살충동 역시 저소득 근로자에서는 1.67배 증가했다. 하지만 고소득 근로자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여성의 우울위험도가 높은 것은 가사 및 양육 부담, 그리고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갈등(work-family conflict)이 높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또 고소득 근로자는 높은 소득 자체가 스트레스 완충효과(buffer effect)를 낼 수 있고, ‘가사노동의 외주화’를 통해 심적인 부담이 줄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규만 교수는 “여성과 저소득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위해 장시간 근로와 가사·육아의 이중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기분장애학회(ISAD) 공식학술지인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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