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3.30 16:53

4월 7~14일 울산1공장 가동 중단…"반도체 품귀 현상 3분기까지 이어져" 국내 완성체 업계 '비상'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소형 SUV 코나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소형 SUV 코나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으로 지금껏 비교적 잘 대응해오던 현대자동차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국내 완성차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비상회의를 열고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로 4월 울산 1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휴업 날짜는 오는 7일부터 14일까지로 알려졌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차질로 지난 3월부터 특근을 취소하고 주 단위로 생산량을 조절해왔지만 심화되는 반도체 품귀 현상에 결국 생산 중단 사태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 가동 중단이 결정된 울산 1공장은 현대차 미래차의 핵심 차종인 아이오닉5와 코나EV(전기차) 등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울산 1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아이오닉5는 6500대, 코나는 6000대가량 생산 감축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휴업 추진으로 최근 사전예약 첫 날 계약 대수 신기록을 세운 아이오닉5의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가 1공장을 넘어 2~5공장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일각에선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감산을 실시한 가운데 현대차·기아도 2분기에는 본격적으로 감산을 진행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 품귀현상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이미 업계에선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지난 2월부터 부평 2공장의 가동률을 50%로 낮춘 한국지엠 등을 포함해 국내 완성차 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번 반도체 품귀현상은 코로나19에 따른 완성차‧부품 기업들의 수요예측 실패와 타 산업용 반도체의 수요 급증이 맞물리면서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앞서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에 대비해 반도체 주문량을 줄였으나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기부양책 등의 효과로 자동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차량용 반도체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가장 상위에 있는 파운드리 기업이 산업용 반도체 수요 급증에 마진율이 낮고 출하량이 적은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계획 상 후순위에 두면서 반도체 공급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 Mark에 따르면 실제 차량용 반도체의 핵심 중 하나인 마이크로컨트롤러(MCU)의 전 세계 출하량 70%를 담당하는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전체 매출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지난달과 이번 달에 걸쳐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잇달아 일어난 자연재해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생산 공장이 가동을 멈추며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화됐다.

이로 인해 촉발된 반도체 품귀 현상은 올 3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국내의 차량용 반도체 공급은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아 단기간 내 증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로도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며 "국내 업체의 추정치 하향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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