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4.03 19:00

MZ세대 중심 '미닝아웃' 트렌드 급속 확산…국내 채식 인구 150만명 '10년 새 10배 급증'

사진 왼쪽부터 노치킨 너겟, 플랜트 와퍼, 맛있는라면 비건. (사진=전다윗 기자)
노치킨 너겟(왼쪽부터), 플랜트 와퍼, 맛있는라면 비건.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닭고기 없는 치킨 너겟, 소고기 없는 햄버거 패티, 고기 육수 없는 라면. 최근 식품업계가 줄지어 출시하는 신제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위화감이 든다. 고기가 없다. 애초부터 고기가 핵심이 아닌 제품일 경우엔 납득이 되지만, 맛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고기도 가차없이 빼버린다. 

고기가 홀대 아닌 홀대를 받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가 출시한 신제품 중 '고기 없는'이란 광고카피를 달고 출시된 제품이 늘었다. 고기 대신 식물성 원료를 쓰거나, 대체육 등을 사용해 채식주의자들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채식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관련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는 약 150만명으로 추정된다. 10여년전과 비교해 1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는 지난달 말 '노치킨 너겟'을 출시했다. 진짜 닭고기 대신 영국 대체육 브랜드 퀸의 마이코프로틴을 활용해 만든 너겟이다. 마이코프로틴은 조직 구성이 실처럼 가느다란 형태를 띄고 있어 닭가슴살과 유사하고, 씹었을 때 식감도 닭고기와 비슷해 유럽에서 닭고기 대체육의 주성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치킨 없는' 치킨 너겟이 탄생한 것이다. 

삼양식품은 최근 '맛있는라면 비건'을 출시했다. 100% 식물성 원료로만 맛을 내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비건 인증은 동물 유래 원재료가 들어있지 않고, 제조 과정에서도 이를 이용하지 않은 제품에만 부여된다. 인증을 받기 위해선 제조 시 동물 유래 성분과 교차 오염을 방지하는 생산 공정을 갖춰야 하며, 원재료 심사 절차, 동물성 유전자 검사 등을 거쳐야 한다. 삼양식품 측은 "맛있는라면 비건의 국물은 고기 육수 대신 표고버섯, 파, 브로콜리 등 다양한 채소로 맛을 냈다. 면에는 감자전분을 함유했다"고 설명했다. 

고기 패티 없는 햄버거도 출시됐다. 버거킹은 소고기 패티 대신 콩단백질을 주원료로 한 식물성 대체육 패티를 쓴 '플랜트 와퍼'를 출시했다. 플랜트 와퍼의 패티는 버거킹과 호주 식물성 대체육 대표 기업 'v2 food'가 함께 개발했으며 콜레스테롤과 인공 향료, 보존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플랜트 와퍼에 사용된 마요네즈, 빵 등은 밀과 우유, 계란 등이 들어간 일반 제품이다. 난류 섭취까지 제한하는 엄격한 단계의 채식주의자들은 즐기지 못한다. 

플랜트 와퍼 출시 전 롯데리아도 식물성 패티, 빵, 소스를 사용한 '미라클 버거'를 출시했다. 패티는 고기 대신 콩과 밀, 단백질을 조합해 고기 식감을 살렸으며 소스는 달걀 대신 대두를 사용했다. 빵도 우유 성분이 아닌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다. 

GS25는 비건(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을 위한 떡볶이를 내놨다. '베지가든 매운떡볶이'와 '베지가든 짜장떡볶이' 2종으로, 소스를 비롯한 모든 양념과 제품에 육류 성분을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소스를 비롯한 모든 양념과 제품에 육류 성분을 사용하지 않았다. 원료의 입고부터 최종 완제품까지 해썹(HACCP) 공정을 통해 철저히 관리되며, 대체육 전용 라인을 사용해 육류 성분 혼입을 원천적으로 배제했다. 이와 관련된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인증도 획득했다.

채식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픽사베이)
채식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픽사베이)

채식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MZ세대가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생인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대략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을 지칭한다. 이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미닝아웃'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에 커밍아웃을 더한 말이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사회적 신념 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행태를 뜻한다. 미닝아웃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은 지속가능성, 친환경, 동물복지, 채식주의 등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제품을 설령 웃돈을 주더라도 구매한다. 반대로 가치관에 맞지 않는 제품 또는 기업에 대해선 '불매운동'도 서슴지 않는다. 소신 소비, 가치 소비, 착한 소비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이러한 미닝아웃 트렌드와 맞물려 채식 인구도 급격히 늘었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덩달아 채식 소비도 증가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건강식, 건강기능식품 등의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업계에서도 채식주의자가 아닌, 잦은 육류 소비에 부담을 느낀 일반 소비자들도 채식 제품의 잠재적 구매군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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