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4.12 11:38

서울성모병원 박성환 교수팀, 장내 세균총 이용해 면역조절…침 분비 증가·염증 호전 확인

박성환 교수(왼쪽)와 조미라 교수
박성환 교수(왼쪽)와 조미라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장내세균을 이용해 희귀난치성 질환인 쇼그렌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성환 교수팀(의생명과학교실 조미라 교수, 김다솜 연구원)은 쇼그렌증후군 동물모델에 장내 균총과 관련된 대사산물을 주입한 결과, 면역기능과 염증조절을 보여주는 치료효과를 입증했다고 12일 밝혔다.

쇼그렌증후군은 침샘과 눈물샘에 염증이 발생해 입마름과 안구건조증이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이외에도 관절염이나 자반증, 폐섬유화증 등 전신 합병증을 동반해 림프종의 발병 위험도가 건강인에 비해 5배 이상 높다.

연구팀은 먼저 쇼그렌증후군을 유발한 실험쥐에서 쇼그렌증후군 발병 4주 전과 발병 18주에 장내 균총 분포가 달라질 뿐 아니라 부티르산을 생산하는 장내 균총의 발현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실험군을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부티르산을 생산하는 장내 세균) 투여군과 부티르산 투여군, 대조군 등 3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20~23주 동안 침 분비량과 침샘조직의 조직학적 염증점수를 측정한 것.

그 결과, 두 실험군이 모두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침 분비가 증가되고, 침샘조직에서 염증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B세포 배양실험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선 부티르산이 병적인 자가면역 B세포를 억제할 뿐 아니라 생체시계의 주요 인자인 NFIL3와 RORα(알오알알파, 핵수용체)를 증가시켜 면역조절 B세포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연구팀은 부티르산이 면역세포인 B세포의 면역조절 아형(subtype)을 회복시키고, 병인 염증 아형인 인터루킨-17과 자가항체를 발현하는 세포를 억제해 기대했던 회복능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현재 학계에선 쇼그렌증후군 환자의 침샘과 눈물샘에는 T림프구와 B림프구가 많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있다. 또 혈액 내 쇼그렌증후군A 항체(SS-A, anti-Ro)를 발견해 이 같은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치료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는 장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을 이용했다는 점이 새로운 접근법이다. 장내세균은 이들 면역세포의 신호조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부티르산은 짧은 사슬 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으로 장내 세균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대사산물이다. 면역기능과 염증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박 교수는 “생체시계의 주요인자 조절을 통해 B세포의 면역조절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며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쇼그렌증후군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Autoimmunity’ 3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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