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1.04.12 11:22

조민행 IBS 연구단장 연구팀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을 이용하여 얻은 그래핀-물 계면에서 물 분자의 수소결합 구조 (그림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조민행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장 연구팀이 그래핀의 두께에 따른 습윤 특성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습윤성은 표면이 물에 젖기 쉬운 정도를 나타내는 성질이다. 

친수성에 비례하는 반면, 소수성에는 반비례한다. 

다른 증착물질들과 달리 그래핀의 습윤성은 함께 사용되는 기판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기판의 습윤성이 얇은 그래핀을 투과하여 표면으로 전달되기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그 메커니즘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그래핀이 친수성 물질인지, 소수성 물질인지도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래핀 습윤성 연구는 주로 거시적 현상 관찰에 그쳤다. 

그래핀 위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그 모양을 통해 습윤성을 파악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그래핀 표면의 대략적 특성만 파악할 뿐, 그래핀과 물의 계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면밀히 측정하기 어려웠다.

전극, 필터 등 실제 응용 환경에서 그래핀은 물과 접촉하고 있다. 그래핀 자체의 습윤 특성보다는 물과 접촉한 계면에서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라만 분광법등을 이용한 실험도 등장했다. 그러나 계면 주변 물 분자의 신호까지 함께 측정하여 계면에서의 현상만 선택적으로 파악하기는 불가능했다.

IBS 연구진은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이라는 기술을 이용하면 그래핀-물 계면에 위치한 물 분자의 수소결합 구조만 선택적으로 관측하는 것이 가능함을 발견했다. 

무작위의 배향을 가지던 물 분자들은 그래핀-물 계면에서는 일정한 배향을 가지게 되는데, 이 분자들의 신호만 선별하여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플루오린화칼슘(CaF2) 기판 위에 그래핀을 한 층씩 차례로 증착해가며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을 통해 계면 물 분자의 진동을 관측했다. 

그 결과 그래핀 층수에 따른 물 분자의 수소결합 구조 변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기판의 습윤성이 그래핀을 투과하는 성질은 그래핀 층이 쌓일수록 감소했다. 4층 이상의 그래핀에서는 소수성 계면에서만 관측되는 수소결합을 하지 않는 물 분자들이 관찰됐다.

김은찬 연구원은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을 이용하여 기판의 친수성을 나타내는 접착에너지를 얻었고, 그 결과가 기존 물 접촉각 측정을 통해 얻어낸 접착에너지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이 그래핀과 같은 2차원 기능성 물질의 성질 규명에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셀의 화학 분야 자매지인 켐 지난 10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조민행(왼쪽부터) 연구단장, 곽경원 연구위원, 김동환 연구원, 김은찬 연구원 (사진제공=IBS)
조민행(왼쪽부터) 연구단장, 곽경원 연구위원, 김동환 연구원, 김은찬 연구원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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