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4.13 17:39

의료정보학회 "규모 따라 격차 크고 표준화 미흡…예산·전문인력 부족하고 병원 이해 따라 편중"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우리나라 병원들의 의료정보화 수준이 규모에 따라 크게 격차가 벌어질 뿐 아니라 정보 기록의 표준화와 환자정보 보호, 나아가 미래 스마트병원을 실현할 수 있는 디지털 투자는 아직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료정보학회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0 보건의료정보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와 의료정보학회는 이날 주제 강연과 토론을 통해 향후 보건의료정보화 정책사업 수립을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이번 의료정보화 실태조사는 전국 574개소 병원(상급 42개소, 종합 280개)을 대상으로 ‘정보화 기반’, ‘정보화 현황’, ‘진료 활용체계’, ‘연구 활용체계’ 문항으로 나눠 진행됐다.

발표에 따르면 우선 정보화 기반을 갖추기 위한 병원의 운영비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큰 격차를 보였다.

2020년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정보화 운영비는 28.8억원, 정보화 투자비는 41.4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각각 7.3억원과 12억원, 300병상 미만 병원은 3.7억원과 2.9억원, 병원은 3.3억원, 1.2억원에 불과했다.

운영비의 배분도 초보적인 기반 시스템 구축에 집중됐다. 예컨대 전자의무기록과 의료영상저장전송 및 처방전달시스템 등을 마련하는데 소진되고, 모바일전자의무기록이나 임상검사정보, 진료정보교류와 원격의료시스템 등 구축엔 투자 비중이 크게 낮았다.

환자서비스시스템 역시 병원 포탈(홈페이지 등)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돈을 투입하고 있었지만, 포탈 또는 모바일 기반의 개인건강기록(PHR) 시스템 도입에는 소홀했다. <아래 표 참조>

국내 의료기관 간 또는 국제적인 진료정보의 활용을 위한 표준화 작업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병원 내부코드 생성 및 국내 표준코드와의 매핑(mapping)은 진단·약물 용어 및 영상·진단검사에서 높았지만 간호·증상 용어 분야에선 크게 낮았다. 특히 국제 표준용어와의 매핑은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크게 격차가 벌어졌다.

장애 요인은 역시 적은 예산과 전문인력 부족이었다. 조사대상 병원의 56%가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55%는 용어 및 데이터 전송의 표준화 미비, 또 45%는 필요성 공감부족, 35%가 전문인력 부족을 꼽았다.

그렇다면 병원들은 환자의 정보보호 활동에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컴퓨터 로그인 패스워드 설정, 백신 소프트웨어 설치 및 정기적 업데이트는 실천률이 높았지만, 외부 상용 이메일 차단, 개인정보 파일 완전삭제는 실천률이 낮았다. <아래 표 참조>

병원들은 이 같은 보안사고의 애로사항으로 보안기술 등 전문성 미흡, 사고대응 조직 부재 등을 호소했다.

병원간 환자 진료정보의 소통은 평균 67%로 나쁘지 않았지만 상급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병원과의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예컨대 ‘특정진료과 승인이 필요한 투약처방 알림’에선 100% 대 78%, 이상검사 결과 알림은 100%대 89.9%, 임상진료지침 제공엔 71.4% 대 28.7%로 나타났다. 특히 약물 관련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에서는 약물 상호작용 경고, 약물-알레르기 경고기능을 많이 사용했지만 약물 권장용량 지원이나 약물 및 임상검사 상호작용 경고, 약물 및 질병 상호작용 경고 등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아래 표 참조>

환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 수준은 극히 초보적이었다. 환자 포털(patient portal)이나 개인건강기록(PHR, Personal Health Record)을 통한 환자 편의서비스 제공은 상급종합병원의 온라인 진료예약, 온라인 제증명 신청·발급, 온라인 진료정보 조회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낮았다. 예컨대 온라인 교육정보 제공, 온라인 진료정보 다운로드, PHR시스템의 생체측정 데이터 EMR 전송, 웨어러블기기에서 PHR시스템으로 생체측정 데이터 연동, 온라인 진료정보 전송 등은 병원 규모와 상관 없이 실행률이 극히 미비했다.  

연구를 위한 데이터의 이차적 활용 수준 역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데이터의 진료 목적 외 연구·기술 개발을 위한 활용규정을 갖춘 곳은 상급종합병원이 97.6%,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66.9%로 조사됐다. 또 임상데이터 웨어하우스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처방정보, 내원정보, 검사결과정보 등 순으로 나타났다.

정보 보안을 위한 연구전용 네트워크 망분리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45.2%,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16.7%가 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AI 연구용 데이터세트 구축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38.1%,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선 6.7%만이 수행하고 있어 최근 의학연구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주제강연회 후 토론자들은 현장전문가 시각에서 정부의 보건의료정보화 사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황희 분당서울대학교 의료정보센터장은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일부 병원만 사용하던 진료정보교류 시스템을 이제는 상급(종합)병원의 73%에서 사용할 정도로 괄목 발전했지만 실제 이용 현황에 대해선 추가적인 심층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외형적으로는 정보화에 눈을 떴지만 정보를 활용해 환자서비스와 연결하고, 의료의 질과 연구에 활용하기까지에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김종엽 건양대 헬스케어데이터사이언스센터장은 “의료기관-환자 간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원 검토와 함께 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표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표준화 없이 정보의 축적만으로는 이용가치와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윤덕용 연세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 연구자들에게 가치있는 정보”라며 “데이터의 연계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병원과 대형병원과의 의료정보화 격차 해소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연구책임자인 이재호 교수(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교수)는 “객관적인 실태 자료가 마련돼 정부·의료계·산업계가 유용하게 활용할 기회를 제공했다”며 “이 자료가 국내 보건의료계의 정보화 구축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