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1.04.28 12:55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유산 중 1조원이 의료 공헌을 위해 기부되면서 13년 전 고인의 사재출연 약속이 지켜졌다.

유족들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과 관련 연구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 등 1조원을 기부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이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은 13년 전인 2008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 포탈 등 혐의로 조준웅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기소되자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차명 재산을 모두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특검 수사로 4조5000억원대 차명재산이 드러났는데 이중 1조원 가량이 남은 돈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은 발표 당시 돈의 용처에 대해 '유익한 일'이라고만 언급했기 때문에 어떻게 쓰일 것인지에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은 이듬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으나 형 확정 후 4개월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등을 이유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통해 '유익한 일'에 대한 환원과 관련해 현금 또는 주식 기부, 재단설립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다 실행이 지연됐고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이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은 이번 기증으로 13년 만에 이뤄졌지만 고인의 대규모 사재출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장은 200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증여 문제와 안기부 'X-파일' 정치자금 제공 의혹 등 논란에 사과하며 총 8000억원 상당을 조건 없이 사회에 헌납했다. 이 사회환원기금을 바탕으로 2006년 교육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이 출범했고 2010년 '삼성꿈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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