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4.28 15:28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 이용해 노동자 안전 보장 책임 방기…재하청근로자 38명 숨져"

지난해 4월 발생한 화재 사고로 노동자 38명이 사망한 경기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사진=KBS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해 4월 경기 이천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노동자 38명이 사망한 한익스프레스를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민주노총은 28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21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사망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업의 책임과 처벌 강화를 위해 지난 2006년부터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등과 함께 매년 산재사망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 발표해왔다. 살인기업 선정 통계의 기초자료는 산재사고사망을 정리한 '2020년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발생보고' 자료다.

민주노총은 "한익스프레스는 2020년 4월 29일 하루 만에 38명의 하청 노동자를 사망하게 했다"며 "12년 전인 2008년 4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던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사고의 반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익스프레스뿐만 아니라 시공 원청사인 건우는 한익스프레스 참사뿐만 아니라 같은 달 다른 현장에서 한 명의 하청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또 다른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며 "건우는 한익스프레스 참사 당시 무려 아홉 군데 업체에 재하청을 줬다. 그럼에도 시공사인 건우가 아니라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가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이용해 발주처로써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책임을 방기하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순위. (표제공=민주노총)

민주노총에 따르면 한익스프레스는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폭발 위험이 있는 작업을 동시에 하도록 강제하고, 결로 현상을 막는다는 이유로 위급한 상황에서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는 대피로조차 막으면서 대형 참사를 키웠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재판에서 한익스프레스는 38명의 하청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고도 솜방망이 처벌만 받았을 뿐"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익스프레스에 뒤를 이은 최악의 살인기업 공동 2위로는 각각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오뚜기물류서비스와 포스코가 선정됐으며, 공동 4위는 4명씩의 사망자가 나온 GS건설·창성건설·현대건설·현대중공업이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으로 쿠팡을 선정했다.

쿠팡에 대해서는 "쿠팡이 치열한 물류서비스 시장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지난 3월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정도로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노동자를 마른 수건 쥐어짜듯 착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 한 해에만 쿠팡에서 4명의 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졌다. 그럼에도 쿠팡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서 반성은커녕 노동자를 탓하고 과로사 문제를 보도한 언론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파렴치한 행태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민주노총은 "1월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음에도 최악의 살인기업에 지속해서 등장하는 기업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법은 제정됐지만 기업의 최고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현장이 바뀌는 변화는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노동자와 시민이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지금처럼 늘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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