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05.08 07:40

인플레이션·금융불균형 우려 고려해야…하나금융투자 "내년초 가능"

(자료제공=한국은행, 픽사베이)
(자료제공=한국은행, 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나고 있는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처럼 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내년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 주최로 열린 '미래경제써밋' 행사 사전 녹화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며 "추가적인 지출이 미국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지 모르지만 이는 매우 완만한 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통해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완전 고용, 물가상승률 2%)으로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제로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할 방침임을 시사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입장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옐런 장관의 금리인상 언급은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경기가 정상화 기대를 넘어 과열될 조짐이 보일 경우 연준은 금리를 조절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옐런 장관은 논란이 일자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만약 문제가 될 경우 연준이 이를 해결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옐런 장관이 연준 의장직을 거친 비둘기파적 인물이면서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수장인 만큼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논의가 분분해졌다.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기준금리는 연 0.50% 수준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난해 3월 0.50%포인트, 5월 0.25%포인트 인하한 뒤 지속 동결 중이다. 한은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가계부채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 선제적인 금리인상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아직 정책기조 전환을 고려하기는 이르다"고 언급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는 동결이 예상된다. 

다만 만장일치로 기준금리가 동결된 지난달 15일 금통위에서도 금융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사록을 살펴보면 한 위원은 "완화적 여건과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 지속은 가계부채 누증과 자산가격 상승 지속 등을 통해 금융불균형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근 국제금융시장에는 향후 인플레이션 및 미 연준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높아져 있어 시장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져 있다는 점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정책금리 인상 시점은 연준의 전망을 크게 앞서고 있다"며 미 금리 인상시기를 앞당겨 보는 위원도 있었다.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이미 실행된 가계대출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확인됐다. 한 위원은 "가계대출금리의 경우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졌다"며 "최근 가계대출금리가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에 주로 기인해 상승한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효과는 가계의 이자부담 완화 측면에서 그다지 크지 않았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앞으로 만일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이 동반되면서 가계대출금리로 파급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국가별 통화정책은 자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5월 금융시장 브리프'에 따르면 선진국 중 ECB(유럽중앙은행)는 코로나 재확산을 감안해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발표한 반면 캐나다와 노르웨이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 물가 오름세, 금융불균형(주택가격 급등) 우려를 감안해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사했다.

신흥국 중에서는 브라질, 터키, 러시아는 물가 급등과 통화가치 하락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물가 상승이 제한적인 인도네시아와 멕시코는 경기회복세 지원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6% 성장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실질GDP가 기존의 성장 경로에 근접해지는 시점도 당초 예상됐던 2022년 2분기에서 1분기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중 금통위 회의는 1, 2, 4, 5월에 개최되고 한은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 말 종료될 예정"이라며 "최근 빨라진 경제성장 속도, 총재의 임기 종료 전 통화정책 정상화의 첫 발을 내딛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첫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1, 2월 중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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