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1.05.13 17:20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제공=SK하이닉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제공=SK하이닉스)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현재보다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3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정부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발표한 ‘K-반도체 전략’과 관련, 그간 취약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본격 확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의 개발과 양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모바일, 가전, 자동차 등 반도체 제품 공급 범위를 넓힐 수 있다"라고 말했다.

8인치 파운드리 투자 계획은 전 세계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국내 팹리스 기업을 지원해 비메모리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앞서 박 부회장은 지난 4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파운드리에 더 투자해야 한다"며 "국내 팹리스들에게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이들 기업은 여러 기술개발을 해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말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노종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8인치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2% 수준에 불과하다. 거의 대부분의 매출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나온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중국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충북 청주사업장에 파운드리 설비 공간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위해 인수합병(M&A)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12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를 이끌었고, 2017년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투자, 지난해 인텔 낸드 부문 인수에 모두 관여한 M&A 전문가라는 점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비메모리 분야를 확대하겠다는 발언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된 발언 아니겠냐"면서 "사실상 반도체 사업 중 메모리 분야에 치우쳐져 있는 SK하이닉스가 단기간 내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M&A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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