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5.20 15:35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예후 안 좋은 고위험군에 면역기능 생성 확인 거쳐 시행

건강을 회복한 환자 부부와 박순철 교수(왼쪽 두번째)와 정병하 교수(오른쪽 끝)
건강을 회복한 환자 부부와 박순철 교수(왼쪽 두번째)와 정병하 교수(오른쪽 끝)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코로나19 감염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를 회복시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에 성공한 사례가 보고됐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양철우, 정병하 교수와 혈관이식외과 윤상섭, 박순철 교수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을 회복시킨 뒤 아내의 콩팥을 이식해 건강을 되찾게 한 사례를 20일 발표했다.

현모(46)씨는 말기신부전 환자로 신장이식을 앞둔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 양성판정을 받았다. 신부전 환자는 면역기능이 저하돼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에 속한다. 의료진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뒤 신장을 이식하더라도 예후가 안 좋기 때문에 선뜻 이식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신장을 이식하면 일반적인 이식과 비교해 예후를 예측하기 어렵다. 항체 제거요법을 포함한 고강도 면역억제요법이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씨 부부는 낙담하지 않고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한지 3개월 된 시점에서 이식을 요구했다.

장기이식센터는 환자가 음성전환 판정을 받은 후, ‘Coronavirus ELISPOT’(고착화효소항체법) 검사를 통해 면역기능을 확인했다. 항체 생성여부 검사를 진행해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판단하기 위한 조처다.

의료진은 이 같은 환자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면역기능 평가를 통해 안전까지 확인한 뒤 신장이식을 결정했다.

현모 씨는 부인인 김모(44)씨로부터 신장을 제공받았다. 의료진은 부부가 혈액형이 달라 사전에 면역억제제를 투입하는 등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식 후 8주가 경과한 지금 부부 모두 건강이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신장이식 환자는 부모, 형제, 자매처럼 가족에서 공여자를 찾는다. 하지만 핵가족화로 형제, 자매와 자녀의 기증이 감소하면서 배우자 공여가 늘고 있다.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후 이식수술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보고된 선례가 없다”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이식고위험 환자에 대해서도 수술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1969년 3월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에 성공한 이후 2021년 4월까지 3500례의 신장이식을 시행했다. 이중 혈액형 부적합신장 이식은 2009년 5월 첫 시행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20례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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