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1.05.24 12:08

강주헌 UNIST 교수 연구팀…혈액 성분별 자화 차이 이용

혈액에 상자성 입자를 혼합하여 미세유체칩에 흘려줄 경우, 자화율의 차이에 의해 혈구들이 자석의 반대방향으로 밀려나게 된다. (B) 미세유체칩 내에서 혈구와 혈장이 각 유출구로 분리되는 사진.
혈액에 상자성 입자를 혼합하여 미세유체칩에 흘려줄 경우, 자화율의 차이에 의해 혈구들이 자석의 반대방향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림제공=UNIST)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자석만으로 혈액에서 혈장을 깨끗하게 분리해 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강주헌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은 칩 속을 흐르는 혈액에 자석을 갖다 대면 자석에서 먼 쪽으로 혈구가 밀려 나가 혈장과 혈구가 분리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이용해 혈구 세포 함량이 0%인 순수한 혈장을 빠르게 얻을 수 있었으며, 하나의 칩 위에서 혈장 분리와 혈액검사가 동시에 가능한 정확도 높은 현장 진단 칩 개발도 성공했다.

혈액은 적혈구, 백혈구 같은 혈구와 옅은 노란 액체인 혈장으로 구분된다. 혈액검사로 찾고자 하는 세균 유전자, 단백질과 같은 바이오마커는 혈장에 포함돼 있어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혈액에서 혈장만을 깨끗하게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상자성 물질 입자가 첨가된 혈액의 혈구와 혈장 성분이 자석에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원리를 이용해 무동력·무전원으로 혈장을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원리로 혈구를 자석에서 먼 쪽으로 밀어내는 힘이 생긴다.

상자성 물질 입자는 혈장을 분리한 후 자성 구조체를 써 쉽게 제거할 수 있다.

개발된 무동력 혈장 분리 기술은 적혈구가 터지는 용혈 현상이나 혈구 오염이 없는 순수한 혈장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세균 감염 혈액의 혈장을 분리한 실험에서는 일반 원심분리기술로 분리된 혈장보다 2배나 더 높은 세균 유전자를 검출해 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응용해 혈장 분리 없이 바로 혈액을 검사 할 수 있는 초소형·저비용 고정밀 진단 칩도 개발했다.

개발된 진단 칩으로 전립선암 진단의 바이오마커인 PSA 단백질을 검출할 수 있었다.

강주헌 교수는 "자석을 이용한 신개념 혈장 분리 기술이 현장 진단형 혈액 분석에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세용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조교수는 "혈구 손상을 유발하는 필터 기반 기술이나 수율과 순도 문제를 갖는 기존 미세유체칩 기반 분리 기술의 한계를 자석 하나로 극복했다"라고 설명했다.

개발된 기술은 다혈소판 혈장(PRP)분리 또한 가능하다.

혈소판은 최근 암이나 당뇨병 진단의 새로운 바이오 마커로 꼽히고 있다.

오지웅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원은 "기존의 복잡한 다혈소판 혈장 분리 기술과 달리, 칩 속을 흐르는 혈액의 유속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혈장 내의 혈소판량을 조절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진연구자 사업과 삼성전자미래기술육성센터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 지원을 받았으며 이민석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원, 정준우 물리학과 교수와 엄유진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와일리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세계적인 학술지 스몰에 5월 12일자로 공개됐으며,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출판될 예정이다.

강주헌 (오른쪽상단부터 시계방향) 교수, 오지웅 연구원, 권세용 연구조교수, 엄유진 연구조교수, 정준우 교수, 이민석 연구원 (사진제공=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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