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5.27 16:50
지난해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멈춰선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한국지엠(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외국계 완성차 3사의 4월 내수 판매량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 업체에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차의 4월 내수 판매량은 각각 5470대, 3318대, 5466대로 집계됐다.

각 사의 판매량은 메르세데스-벤츠(8430대)는 물론 BMW(6113)의 판매량에도 못 미칠뿐더러, 3사의 총 판매량 역시 1만4254대로 두 수입차 업체의 총 판매량보다 289대 적었다.

메르세데르-벤츠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부터 3사의 판매량을 뛰어 넘어 국내 자동차 판매량 3위로 올라섰지만, 3사 판매량 총합이 두 수입차 업체 총 판매량보다 뒤쳐진 건 처음이다.

이처럼 3사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노사갈등 등 대내외에 산적한 리스크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50% 감산을 진행 중이고,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부평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7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며 고정비 축소 등 수익성 개선이 요구되고 있지만 노조 측이 사측의 구조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3월부터 창원·제주 부품물류센터 폐쇄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으며, 노조는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부터 부평공장 앞에서 지부간부들이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사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늘(27일) 상견례를 진행한 2021년 임단협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의 150% 지급, 미래발전전망 특별요구안, 부당해고자 복직, 창원·제주 부품물류센터 폐쇄 철회 등을 확정했다. 미래발전전망 특별요구안에는 부평 1, 2공장 생산 물량 유지 및 신차·전기차 투입 확약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근 7년간 누적 적자가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난에 휩싸인 한국지엠이 노조 측 요구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생절차에 돌입한 쌍용차의 경우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쌍용차는 지난 4월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과 기업회생절차로 인한 부품협력사 납품 거부로 12일간 공장 가동을 멈춰 차량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약 45% 감소했다.

쌍용차 노사는 물론 쌍용차 공장이 위치한 평택시까지 나서 쌍용차의 조기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쌍용차 매각에 대한 전망도 어두운 분위기다.

현재까지 알려진 쌍용차 인수의향 업체는 미국 자동차 유통기업 HAAH오토모티브, 국내 전기버스 제조회사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와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있다. 이들 중 HAAH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자금력과 해외 판매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HAAH도 앞서 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전 인수 과정에서 쌍용차 공익 채권을 감당하는 데 부담을 느껴 투자의향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은 바 있다.

8년 만에 적자를 맞아 희망퇴직을 포함한 '서바이벌 플랜'을 진행 중인 르노삼성차의 노사는 2020년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최근 강대 강 대치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4일 8시간 전면 파업에 대해 사측이 직장 폐쇄로 맞서자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사측이 직장 폐쇄를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인 반면 사측은 노조가 파업을 중단해야 직장폐쇄를 풀고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교착상태가 3주째 지속되고 있다.

부산공장의 경쟁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고비인 'XM3'의 유럽 28개국 판매를 오는 6월 앞두고 있는 가운데 파업 등 차량 생산에 차질을 일으킬 수 있는 노조리스크는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르노그룹이 한국을 수익성 개선 지역으로 지정하고, 모노스 르노그룹 부회장이 지난 2월 직접 부산공장의 생산원가 절감을 주문한 바 있는데다 4월 주력 차종인 XM3, SM6의 실적이 부진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최근 업계에선 르노그룹 한국 철수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자동차의 날 행사에서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도 "외국계 완성차 업체가 생산과 판매가 계속 줄면서 심각한 적자를 보이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노사 갈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잦은 파업과 노동 경직성 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경영층, 근로자 그리고 협력업체가 한 팀이라는 인식 아래 적극적인 협력 관행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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